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간 고급 두뇌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인재 확보가 필수라는 인식에서다.
26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뒤 중국으로 돌아온 칭화대 출신 쌍둥이 자매 과학자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동생인 마둥신은 새로운 유기 첨가제를 개발해 발광다이오드(LED)의 효율과 수명을 극적으로 개선시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칭화대 교수로 부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연구를 마친 마 교수는 “학업을 끝내자마자 중국으로 귀국할 것을 기대했다”며 “사명감을 갖고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언니인 마둥한은 미국 퍼듀대에서 초고해상도 현미경을 통해 분자 단위까지 추적하는 정확성을 높인 공로가 인정돼 랴오닝성의 다롄기술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달 초에는 스타 수학자로 꼽히는 기하학자 쑨쑹이 중국으로 돌아와 화제를 모았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쑨 교수는 미국 UC버클리대의 교수직을 내려놓고 중국 저장대 고등수학연구소(IASM) 소장을 맡게 됐다.
이처럼 고급 두뇌들이 잇따라 본국으로 복귀하는 데는 기술 경쟁력 확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각종 첨단기술을 물샐틈없이 막고 있다 보니 고급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중단했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천인 계획’을 명칭만 바꿔 부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치밍(啟明) 계획’으로 불리고 있으며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 이는 해외 인재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보조금을 포함해 300만~500만 위안(약 5억 5000만~9억 원)의 계약 보너스 지급 등 다양한 유인책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해 프린스턴대·하버드대 연구팀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인 학자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는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는 졸업 후 미국 취업 문제가 86%를 차지했으며 미국에서 지내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중도 72%에 달했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미국 유학 대신 본국에서 경쟁력을 기르거나 다른 국가를 택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칭화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칭화대 졸업생 중 미국 유학을 떠난 비율은 2018년 11%에서 2021년 3%로 줄었다. 시이공 전 칭화대 부총장은 “1989년 졸업할 때만 해도 70% 이상이 미국 유학을 택했는데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아닌 캐나다·영국 등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으며 첨단기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싱가포르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