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원 안전이 신속한 환자 접촉으로 이어져…119 구급대장 역할에 책임감"

박주영 종로소방서 현장대응1팀 구급대장

"구급대원 폭행은 개인 문제 아냐"

대원 안전 또한 구급서비스의 핵심

소방, 구급대장 제도 시행 6개월

대원 소통·사기진작·교육 등 맡아

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제 몫은 구급대원들이 안전히 일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적정 선’을 유지하고 건강한 마음을 항상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박주영 종로소방서 현장대응1팀 구급대장(소방장)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원들을 관리하고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할 때 대화 등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에 주차된 구급차 내부에서 수납장 정리를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에 주차된 구급차 내부에서 수납장 정리를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박 대장은 구급대원 경력 12년 차의 베테랑 구급대원이다. 그는 지난 2021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3년 7월 정식 운영을 시작한 ‘구급대장’ 임무를 서울 종로소방서에서 수행하고 있다.

구급대장은 구급대의 평시 임무를 지휘할 뿐만 아니라 대원들의 고충상담, 민원업무 처리, 현장응급처치 교육 등을 도맡아 하는 구급대의 중심이다. 현재 종로소방서 및 종로소방서 소속 119안전센터에는 총 19명의 구급대장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러한 구급대장의 역할이 119안전센터 내 구급대의 소통창구이자 사기진작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화재 진압, 인명구조 등에 투입되는 소방관 뿐만 아니라 구급대원 또한 항상 위험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폭행 현황.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 캡처구급대원 폭행 현황.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 캡처



실제 소방청 2023년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전국에서 215건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2020년까지 소폭 감소 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22년에는 총 287건의 발생했다.

관련기사



박 대장은 “술을 마시면 자제력을 잃어 폭력성을 나타내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면서도 “그것이 술에 의해 나타나는 폭력성인지 뇌출혈 등 다른 손상에 의한 폭력성인지 당장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구급대원들은 일단 환자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응급처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구급대원들이 폭행에 노출되는 것은 구급대원 개인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박 대장은 “구급대원이 폭행으로 다치면 그 날 구급 출동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재난 상황, 사고에 시민들이 신속한 119구급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는 탓이다.

이에 박 대장을 비롯한 구급대원들의 출동은 항상 긴장 속에서 이뤄진다. 현장에서는 함께 출동한 경찰과 적극 협조해 안전한 상황에서 환자 이송과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종로소방서 제공박주영 종로소방서 1구급대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종로소방서 제공


박 대장은 인터뷰 내내 ‘신속한 환자 접촉’을 강조하기도 했다. 초임 구급대원 시절 겪었던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 박 대장은 “신입 대원 시절 소방서 앞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조한 적이 있다”면서 “함께 있던 소방대원들과 환자 가슴압박을 신속하게 실시하고 OPA(구강기도유지기)를 삽입해 소생에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모든 소방관들이 이 같은 응급조치를 체득하고 있었고 신속하게 환자를 발견한 덕분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한 단 한 번의 전기 충격으로 환자를 살려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응급 환자를 살리는 데는 빠른 출동과 신속한 환자접촉이 필요한데 이는 고도의 팀 협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박 대장의 생각이다. 그가 대원들의 안전과 근무환경에 필요한 ‘적정 선’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면 시행 6개월을 맞이한 구급대장직을 수행하는 박대장은 “구급대장이라는 직책이 생기면서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이전에는 선·후배 관계 속에서 대원들과 일했다면 지금은 더 소통하면서 근무하고 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내 박 대장은 출동 지령 방송을 듣고 혹시 있을지 모를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승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