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슈퍼가 ‘통합 소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견과류·세탁세제 등 40여개의 상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최대 50% 저렴하다. 매입 물량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다. 롯데마트·슈퍼 상품기획자가 최근에 공동 구매해 ‘반값’에 내놓은 수육용 돼지 뒷다리살 매출은 전년 대비 매출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물가와 맞물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통합 소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공동 구매를 강화하면서 통합 소싱하는 품목도 생활 잡화에서부터 신선 식품, 해외 수입품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통업체은 채널 별로 구분돼 뉘어 있던 상품 구매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분주하게 전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동 구매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슈퍼는 올해 식료품과 외국 상품 통합 소싱을 강화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절임 배추와 돼지고기, 홍시 등 식료품 쪽 공동 구매가 성과가 특히 좋았다”며 “올해는 신선 식품과 수입품 부문 공동 소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올 상반기 독일 드럭스토어 DM의 자체 브랜드 ‘발레아’의 헤어·바디워시·뷰티 신상품을 추가로 공동 구매할 계획이다.
통합 소싱은 같은 법인 또는 계열 내 서로 다른 유통 채널이 제품을 공동으로 사들이는 것을 일컫는다.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바잉 파워’가 커져 공급자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쉽게 말해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하거나 구하기 힘든 상품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GS25는 지난해 공급이 달려 딸기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도 딸기 샌드위치를 다른 편의점 대비 약 15% 싸게 판매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딸기 샌드위치에는 연간 400톤~500톤 정도의 딸기가 들어간다”며 “GS더프레시와 GS25가 함께 산지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경우 기존에는 MD팀이 편의점과 슈퍼로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통합 운영 중이다. 효율적 상품 운영을 위해 담당자만 따로 두고 있다. GS리테일은 올해 1차 식품 공동 구매를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139480)도 공동 소싱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통합추진사무국을 설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롯데쇼핑(023530)과 GS리테일과 달리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있어 공동 구매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의 경우 상품을 통합 소싱하거나 상품 코드를 일원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법인을 통합하지 않고 공동 구매를 할 경우 부당 내부 거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안된다고 하더라도 통합 소싱을 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더욱이 상품본부장이 동일한 사람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동 구매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매처별로 잘 팔리는 물건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20평 남짓한 공간에 마트나 슈퍼에 들어가는 대용량 제품은 둘 곳도 없다”며 “편의점은 물론이고 마트와 슈퍼도 찾는 물건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