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만파식적] 중국 증시의 ‘스노볼’





새해 글로벌 증시 랠리 흐름에서 소외받고 있는 중국 증시에 우환이 또 겹쳤다. 바로 주가 연계 파생상품인 ‘스노볼(雪球)’이다. 이는 중국 대표 종합주가지수인 CSI5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2년짜리 금융상품이다. 만기 전이라도 조기 상환일에 CSI500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만 있으면 연 8~20%의 쿠폰(이자)을 지급하는 구조로 운용된다. 이 상품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금융사가 붙인 이름이다. 다만 만기 전 주가지수가 가입 때보다 20~30%가량 떨어지는 녹인(Knock-in)을 기록하면 큰 폭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요즘 논란이 된 한국의 주가연계증권(ELS)과 판박이다. 저금리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예금 대신 대거 가입했다가 막심한 손해를 본 것도 빼닮았다. 연초 중국 증시가 5년래 최저로 추락하자 ‘스노볼’에 무더기 녹인이 발생했다. “설마 지수가 20% 이상 떨어지겠느냐”는 금융사 직원의 얘기를 듣고 가입한 이들은 반 토막이 넘는 손실률을 보고 파랗게 질렸다.

스노볼 홍역이 개인들의 손실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노볼을 판매한 증권사는 녹인이 발생하면 고객들에게 이자를 돌려줄 필요가 없으므로 앞서 ‘헤지(Hedge)용’으로 매수했던 지수 선물을 대거 처분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선물 매도가 녹인을 발생시키면서 또다시 선물 처분을 초래한다면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황급히 대규모 증시 부양책을 꺼내든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뿐 아니라 시장 붕괴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파생상품 대란은 잊을 만하면 또 반복된다.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달콤한 제안은 시장이 급변동하면 큰 손실로 돌변한다. 국내에서는 키코, 독일 국채금리 파생결합증권(DLS)에 이어 이번 홍콩 ELS가 그랬다. 이런 파생상품들은 이익이 제한적인 반면 손실은 무제한 급이라는 점에서 자칫 ‘손실의 스노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금융 지식 수준이 낮은 개인들에게 대거 팔았다가 대란이 반복되는 상황이 미래에도 어김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비관적인 전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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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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