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시카고 한인 가정사 비극…앤드류 서 극적 석방

징역 100년형 선고…모범수로 30년만에 출소

앤드루 서(왼쪽)와 한인 지지자들/연합뉴스앤드루 서(왼쪽)와 한인 지지자들/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교도소를 나와 한인 후원자가 건네준 두부를 먹는 앤드루 서의 모습/ 연합뉴스미국 일리노이주 교도소를 나와 한인 후원자가 건네준 두부를 먹는 앤드루 서의 모습/ 연합뉴스


누나의 꾐에 속아 저지른 살인죄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재미 교포 앤드류 서(50·한국명 서승모)가 30년 만에 모범수로 조기 석방됐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서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를 나와 지지자들과 변호인의 마중을 받았다. 그는 시카고 한인 교회 교인들이 한국식으로 준비해온 두부를 먹으며 출소를 축하하기도 했다. 트리뷴은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한국 문화에 대해 “지난 시간 있었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깨끗이 씻는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서씨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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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대학 2학년이던 1993년 9월 25일 누나의 동거남이던 로버트 오두베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 둘이 살아가던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 3000만 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씨가 당시 열아홉이던 누나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서씨는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인 1976년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인 1985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마저 1987년 강도에 살해된 후 다섯 살 위인 누나에 의지해 살았다. 슬픈 가족사 속에서도 유명 사립고교의 학생회장을 지내고 미식축구로 활약하며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촉망받던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꿈꾸던 미래를 잃고 만다.

그의 비극은 2010년 ‘하우스 오브 서(The House of Suh)’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며 대중에 알려졌다. 서씨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오두베인을 죽이는 것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7년 트리뷴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나가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씨 어머니의 사망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 있다.

서씨의 조기 출소에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사면 청원’에 힘을 실었던 교민들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교민들은 2002년, 2017년, 2020년에 걸쳐 일리노이주 정부에 사면을 요청했지만 기각당했다. 2023년 다시 낸 사면 청원은 아직 계류 중이다. 트리뷴은 “서씨의 30년 수감생활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며 “지난 1월 발효된 새로운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서씨는 그간 감옥에서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에 대해 4000일 가량을 복역 일로 인정받게 됐고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관할 쿡 카운티 검찰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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