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면엔 7억 수익 실제로는 '0'…피해 커지는 ‘가짜 투자앱'

[투자자 울리는 '사기 거래소' 확산]

우진엔텍, 현대힘스 등 실제 공모주 이용

수치 조작 가능한 자체투자 앱 이용 사기

'사기 거래소' 경찰측 확인만 10건 이상

수억 원대 수수료까지 요구해 빼돌려

지난달 상장 주요 공모주 사건 잇단 연루

금감원 등 금융기관도 잇따라 경고 나서





이달 4일 주부 A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E거래소’를 이용해 오는 24일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는 ‘우진엔텍’에 투자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초기에 수익금이 실제로 지불되자 빚까지 져가며 2억5000만을 투자됐다. 우진엔텍은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성공해 2만1200원까지 치솟았고, 홈페이지에 표기된 A씨 수익은 7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A씨는 출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래소측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1억5000만 원 이상의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수수료를 지불할 여력이 없었던 A씨는 수익금을 포기하고 원금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고소하겠다” “법원에 자료가 넘어가 신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A씨를 협박했다. A씨는 그제서야 해당 홈페이지는 가짜였다는 것을 알아챘으나 투자금은 이미 대포통장을 통해 거래소 관계자들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최근 자체적으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특정 사이트를 통해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면 수백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해 돈을 가로 채는 신종 투자사기 수법이 잇따라 등장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앱이나 사이트에 표시되는 수치를 조작해 투자자들이 실제 청약이 진행되고 있는 공모주를 매수한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든 뒤 투자금을 가로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 속에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공모주 사기앱이 빠르게 확산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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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피해자 측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경찰청과 구리경찰서 등 수도권 일선 경찰서 등에 가짜 투자 사기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장이 수십 건 접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기 거래소만 10곳 이상에 달하며, 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수백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주식 관련 책자를 제공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투자 초반 소액의 수익금을 실제로 입금해주며 투자자들의 환심으로 산 뒤 자체 제작 앱이나 홈페이지를 추천했다. 이후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기관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수량의 공모주에 당첨될 수 있다며 속여 추가 투자를 유도한다. 해당 거래소는 실제 증권 거래 앱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거래소 관계자들이 수치를 조작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짜 앱’이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등 추가 입금까지 받아낸 뒤 이를 빼돌린 후 잠적한다.

최근 신규 상장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수법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상장한 케이엔에스와 LS머트리얼즈, DS단석 공모주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단체로 서울 관내 경찰서에 단체 고소장을 접수했다. 지난 26일 상장해 올해 두 번째 따따블을 기록한 ‘현대힘스’와 관련한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금융기관도 잇따라 경고에 나섰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미신고 거래소를 통한 투자권유를 주의하라’는 내용의 소비자경보 ‘경고’ 등급을 발령했다. 금감원은 “거래소 관계자가 지시한대로 매매를 진행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불법거래소에서 투자자에게 보여지는 차트와 수익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거래소도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공모주 투자사기 주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표하며 “신규상장기업 공모주 청약은 청약 일정에 따라 증권사(주관사)를 통해서만 진행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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