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檢 특활비 논란 부담됐나…기재부, 비공개 근거 신설

[예산 집행지침 부처 배포]

집행내역 공개거부 지침 첫 마련

사실상 모든 정보 비공개 가능

진행중인 재판에도 영향미칠듯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예산집행 가이드라인에 특수활동비 비공개 근거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특활비 집행 내역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전 부처에 배포했다. 해당 지침은 각 부처가 예산과 기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초 집행 지침을 만들어 각 부처에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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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배포된 지침을 보면 특수활동비 집행 방법 부문에 ‘각 중앙관서의 장은 기밀 유지 필요성이 있는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법 제9조 등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기존 예산집행 지침에는 특활비 집행 내역 등을 비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따로 없었다. 기재부는 “비공개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된 조항에 명시된 정보공개법 9조는 정부가 비공개할 수 있는 내부 정보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 등이 있다. 특활비의 성격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특활비 관련 모든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기재부는 특활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외교·안보 등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검찰과 대통령실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서둘러 비공개 근거를 제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의 올해 특활비 예산은 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액됐다. 대통령실은 1년에 약 83억 원 규모의 특활비를 쓰지만 집행 내역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침 신설이 현재 진행 중인 특활비 정보공개 재판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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