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제1·2판교 성공신화의 바통을 이어받을 제3 판교테크노밸리가 '일(職) 주거(住) 여가(樂)는 물론 연구기관인 대학까지 들어선 스타트업 혁신공간으로 만들어진다.
계획대로 제3판교가 안착하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상징과도 같은 판교테크노밸리는 비로소 완성형 클러스터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31일 오전 성남 판교글로벌비즈센터에서 김동연 지사와 김세용 GH사장, 지역 국회의원, 기업인, 근로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판교 테크노밸리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제3판교 테크노밸리는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내 7만 3000㎡의 부지에 연면적 50만㎡의 규모로 세워진다. GH는 사업비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스타트업 기업공간을 비롯해 공공기숙사, 여가시설, 대학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착공은 2025년, 완공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융합형 공공지식산업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은 제1·2판교 테크노밸리가 놓은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짜여졌다.
2022년 기준 제1·2판교 테크노밸리의 연매출액은 168조에 달한다. 인천,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 104조 원을 능가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개발(R&D) 특구다. 하지만 업무공간 부족과 부족한 도시인프라로 인해 주말·야간 공동화 현상과 사회초년생의 직주근접이 어렵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손꼽혔다.
경기도와 GH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3판교테크노밸리를 ‘직(職)·주(住)·락(樂)·학(學)’, 즉 사는 곳에서 일하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4가지 주제로 조성한다.
우선 직(職) 분야는 우수 인재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글로벌 앵커기업 공간에 10만㎡(20%), 스타트업 및 연구소 공간 각각 7만㎡(14%)를 할애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게임, 인공지능(AI), 바이오,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 산업을 모을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김 지사가 추진 중인 ‘판교+20 프로젝트’을 구체화한다. 김 지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지역거점에 66만㎡(20만 평)의 창업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판교+20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제3판교 테크노밸리에 스타트업 공간뿐만 아니라 자금지원을 위해 창업기획가(AC) 및 벤처투자자(VC) 등과 연계한 펀딩 운영, 테스트배드 등의 인프라 및 기술 지원, 법률 및 회계서비스, 네트워킹,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창업부터 사업화까지 성공할 수 있는 혁신창업생태계’를 조성한다.
이어 주(住) 분야에서는 판교의 높은 집값으로 인해 직주가 분리되는 청년들을 위해 제3판교테크노밸리 전체 연면적의 15%에 해당하는 7만 5000㎡공간에 공공기숙사 1000 호를 공급한다. 전용면적 20~30㎡ 내외의 다양한 형태로 설계하고, 식사서비스, 공유라운지,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고사양의 기숙사로 공공이 조성해 저렴하게 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락(樂)은 직장과 주거에 이어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퇴근 시간 이후의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소통․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식공간, 워라밸파크, 메타광장, 각종 근생시설, 스포츠콤플렉스 등 다양한 도시활력기능을 계획했다.
마지막으로 학(學) 분야는 첨단학과 대학교 유치에 방점이 찍혀있다. 안정적 인재 확보와 기존 근로자의 전문성 강화를 모두 노리는 것이다. 대학이 들어서게 될 공간은 연면적 약 5만㎡(10%)로 이르면 2월 중에 공모절차에 들어가 빠르면 상반기 중에 선정될 예정이다.
GH는 초기창업과 스케일업 등 단계별로 입주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약 350억 원 규모의 ‘스타트업플래닛 전용펀드’을 조성한다. 동시에 입주기업의 실증연구와 제품 출시전 상용화가능성을 점검하는 테스트베드 ‘스마트링’을 선보인다. GH에 따르면 부지와 공간 전체를 테스트베드화 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다.
김세용 GH 사장은 “기존의 분양 임대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설계-시공-기업유치 및 운영관리 등 사업전반을 총괄하는 모델로 조성돼야 지속 가능성 있고, 기업이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제3판교 테크노밸리는 기업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성남 판자촌을 떠올리며 “50여 년 전 살던 곳으로 허허벌판에서 어렵게 소년, 청소년 시절을 보내 곳이 성남(옛 광주군)”이라며 “이제는 상전벽해가 돼 제3판교 테크노밸리를 발표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출장에서 만난 유니콘 기업 대표 등에게 판교테크노밸리의 가치를 집중 설명했다고 소개 한 뒤 “스타트업 천국의 심장을 1~2 판교에 이어 3판교와 함께 만들겠다. 경기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수 있는 판교의 꿈을 여러분과 함께 실천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여들 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업계획 발표 이후 김 지사는 청년, 창업기획가, 기업가, 대학생, 근로자 등 다양한 분야의 도민들과 제3판교 테크노밸리를 포함한 경기도 혁신 역량에 대해 토론했다.
한편 경기도와 GH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에 있는 20개의 ‘경기-테크노밸리’에 대해서도 제3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