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장 구속되면 회사는 공중분해…중대법 폐기아닌 준비할 시간 달라"

[중대법 유예 중기인 3000명 호소]

1일 본회의 앞두고 마지막 호소

與 유예기간 '1년 단축' 제안에도

野 '산안청 설치' 입장 고수 난항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및 건설단체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형임 기자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및 건설단체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형임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등 17개 중소기업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장형임 기자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등 17개 중소기업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장형임 기자


“사장이 구속되면 회사는 공중분해가 되고 설령 불구속돼도 시름시름 앓다 망하는 게 현실입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검은 옷을 입고 피켓을 든 전국 중소기업인과 영세 건설업자 3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2월 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나선 이들은 “법안의 폐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서 유예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단체는 국회 본관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해 각 단체 대표가 업계 현장의 애로 상황 및 유예 필요성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역사 62년 들어 이렇게 17개 단체가 한꺼번에 모여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내일 본회의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심정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기업인 처벌에만 목적을 둔 법률로는 사망 사고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 어렵고 안전한 일터 조성도 실현하기 매우 힘들다”고 했다.

앞서 25일 본회의에서 50명 미만(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불발된 가운데 해당 법은 27일부터 전면 확대 시행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2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의 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추가적인 안전 대비책 마련과 인력 고용이 요구되면서 업계 전반이 막대한 부담을 질 것이라는 것이다. 윤미옥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5인 미만 규모가 되기 위해 근로자를 줄이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면서 “폐업을 고민하고 창업을 포기하는 현 상황은 무엇하나 법이 목적으로 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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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사이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었던 데다 안전 관리 인력 확보를 비롯한 정부 측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법안의 연착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은 “다른 업체들보다 일찍 중대재해처벌법 대비에 나섰지만 기업 스스로의 힘으로만 준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국가 지원 컨설팅을 요청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2022년 당시에는 50인 이상 업장에만 컨설팅이 지원된다고 했는데 결국 민간 컨설팅을 알아보다 비용 부담으로 포기했다”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준비 기간이 1년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안전 관리 인력 확보에 대한 부담도 크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한건설협회 경기지부의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건설 업계의 95%가 연 매출 50억 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타격이 크다”며 “충분한 인력 공급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세 중소기업인들의 애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에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40여분간 비공개로 회동해 다음 날 열릴 본회의 안건을 협의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시점을 2년 늦출 것을 요구해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줄여서라도 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공개 제안하며 설득에 나섰으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여전히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 없이 유예 기간만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산재·사망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그것을 사전에 충분히 가동하고 확인 절차를 하면 처벌받지 않는 것”이라며 “마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을 사람이 처벌을 받는 것처럼 과도하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실제로 법 시행 뒤 처벌된 건은 1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장형임 기자·이승령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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