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막판 2000억 확 뛰었던 주파수 경매…스테이지엑스, 제4이통사 자신감

스테이지엑스, 28㎓ 주파수 4301억에 낙찰

경쟁사 마이모바일 "입찰가 2000억대 초반"

마지막 입찰 한번에 2000억 추가 베팅한 듯

통신 3사 낙찰가의 2배…"자금 조달 준비"

8000억 투자 유치하고 스마트병원 상용화

통신시장 메기 기대…재무건전성 우려 여전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의 마지막 입찰에서 경쟁사보다 2000억 원가량 높은 금액을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이지엑스는 압도적으로 높은 4301억 원에 주파수와 함께 제4이통사 자격을 얻었다. 2018년 이동통신 3사의 28㎓ 주파수 낙찰가(2070억 원)보다 2배 비싸다. 이것이 스테이지엑스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사업 차질을 야기하는 ‘승자의 저주’를 부를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과감한 베팅을 가능케한 회사의 자금 조달과 사업 추진 계획에도 통신업계 관심이 쏠린다.






윤호상 마이모바일 대표는 28㎓ 주파수 경매 종료 직후인 31일 오후 11시께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의 최종 입찰가를 묻는 질문에 “2000억 원대 초반에서 (입찰)했던 상황”이라며 “(스테이지엑스가 부른) 4301억 원은 우리가 계산한 투자수익률(ROI)로는 나오지 않는 금액”이라고 답했다. 마이모바일은 스테이지엑스와 28㎓ 주파수를 놓고 2파전을 벌였지만 입찰 경쟁에서 밀려 제4이통 사업권을 얻지 못했다.

윤 대표의 말대로라면 입찰가는 742억 원에서 시작해 총 닷새 간 쉰 라운드를 거치며 2000억 원대 초반으로 뛰었으며, 이후 두 후보가 직접 입찰가를 적어낸 막판승부 ‘밀봉입찰’에서는 마이모바일의 추가 베팅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테이지엑스는 밀봉입찰에서 50라운드 금액보다 2000억 원가량을 높여 제시했다는 얘기가 된다. 제4이통 사업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과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를 맡았던 한윤제 스테이지파이브 전략담당 이사는 “처음부터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했다”며 “길고 힘든 경쟁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를 부인하고 회사가 충분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회사 관계자도 “단순 입찰가로 (주파수 할당)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제4이통사 자격을 획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28㎓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 부가 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해 경매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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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스테이지엑스는 자금 조달과 사업 추진 계획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혀왔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 그룹에서 독립한 알뜰폰(MVNO)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폭스콘 계열사 FIH모바일, 인텔리안테크 등을 참여사나 협력사로 끌어들여 만든 컨소시엄이다. 우선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8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일부 참여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합작법인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 등 추가적인 출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으로는 KAIST와 28㎓ 연구개발(R&D)과 서비스 실증, 연세의료원과는 스마트병원 구현과 관련 서비스 개발, FIH모바일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는 28㎓ 전용 기기 출시, 인텔리안테크와는 위성통신 관련 협업을 추진한다. 국내 주요 경기장, 공연장, 공항 관련 업체들과도 협력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지엑스는 28㎓ 망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나면 이 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 위주로 28㎓ 서비스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후 28㎓ 전용 스마트폰과 요금제 출시를 통해 기업소비자거래(B2C) 시장으로 사업을 넓힌다. 기존 3사의 망을 빌려쓰는 공동이용(로밍)을 통해 현재 5G인 3.5㎓ 사업도 벌일 예정이며 기존 알뜰폰 인프라와 노하우도 활용된다. 특히 온라인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영업 비용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는 다음 주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다.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통해 조(兆) 단위의 초기 비용을 감당하고 28㎓ 수익화에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우선 사업 개시 후 3년 안에 기지국 6000대를 지어야 한다. 이 구축 비용만 1500억 원 정도가 든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최소 조건이며, 실질적으로 통신품질을 높이려면 수천억 원을 들여 더 많은 망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과기정통부가 3사에 각각 요구했던 28㎓ 기지국 수는 1만 5000대였다. 망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난 3.5㎓ 5G 기지국은 SK텔레콤만 30만 대가 넘는다.

3사 로밍 대가 역시 사업자 간 협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수천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예기치 못한 통신비 할인 경쟁까지 벌어진다면 스테이지엑스도 마케팅비 출혈이 불가피하다. 주파수 할당 대가 역시 어느 정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지국과 각종 설비 등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더해 사업 비용을 1조 원 안으로 맞추려면 주파수 할당 대가는 1000억 원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었다고 본다”며 “(낙찰가가) 이를 훌쩍 넘은 만큼 제4이통사의 자금 조달 계획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4이통사를 통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과점한 통신시장에 경쟁 활력을 불어넣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28㎓는 현재 3.5㎓보다 통신속도가 빨라 확장현실(XR), 자율주행처럼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신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거리가 짧아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많이 지어야 한다. 아직 상용화 사례가 적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투자 비용은 기존보다 훨씬 커지는 셈이다. 이에 통신 3사는 2018년 각자 2070억 원을 들여 할당받은 28㎓ 주파수 대역을 별다른 망 투자 없이 포기했다. 정부는 이 주파수를 제4이통사에게 재할당한 만큼 저금리 대출 등 지원 확대를 통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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