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기획회의 600호’낸 한기호 소장 "잡지 하면 쫄땅 망한다는데 두 개나 자리 잡았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인터뷰

'기획회의', '학교 도서관 저널' 창간

잡지 살리려고 강연 200건, 외부기고 700건

이제 두곳 모두 흑자 전환

"잡지라는 사명감으로 버텨"

2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잡지 간행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잡지 간행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잡지는 담론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존재의 이유가 명확한 잡지라면 계속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 왔습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일 한 소장은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600호 출간을 기념하며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잡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시대에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느냐”며 이 같이 소회를 전했다.

한 소장은 42년 전 마케터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창작과 비평사의 마케팅 책임자로 소설 ‘동의보감’,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 베스트셀러를 성공시켰다. 이후 돌연 출판사를 떠나 강연자와 외부 기고자의 삶을 살던 한 소장은 1999년 2월 출판 전문 잡지 ‘송인 소식’을 창간했다. 이후 2004년 7월 유가지로 전환하면서 기획회의로 제호를 바꾼 뒤 600호에 이르렀다.



책은 물론이고 신문도 읽지 않는 시대에 잡지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잡지는 세상이 급하게 변할 때 반 걸음 앞서서 세상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에게 잡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회의는 출판인들의 다양성이 합쳐져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될 수 있는 매체다. 그는 “기획회의의 편집자는 두 명이지만 우리가 담론을 내는 게 아니다”라며 “책을 만드는 편집자, 책을 쓰는 저자, 책을 유통하는 서점인 등 철저히 책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팩트’를 담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생각이 저마다 다르고 이 생각의 차이가 상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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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가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십여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 소장은 “돈 좀 있는 사람을 쫄딱 망하게 하려면 잡지를 펴내라고 할 정도로 돈을 벌기가 힘든 분야가 잡지”라며 “이 잡지를 유지하기 위해 예전에는 일 년에 강연을 200여 번 하고 일간지에 칼럼을 700번 이상 실었다”고 말했다. 강연과 외부 기고를 통해 잡지에 자금을 수혈하고 잡지를 키워온 결과 이제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출판의 역사를 기록하는 잡지’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한 소장은 “격주로 1년에 잡지를 24권 내면 출판의 역사가 절로 정리된다”며 “그런 사명감 때문에라도 그만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왕이면 내가 없이도 1000호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잡지를 통해 세상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그는 2010년 또 다른 독서교육 잡지 ‘학교 도서관 저널’을 창간했다. 한 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도서관 관련 잡지를 내지 않은 곳은 없다”며 “대부분 국립도서관 등 국가 기관 등에서 내는데 민간 업체에서 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기 때문에 사명감이 크다”고 전했다. 학교도서관 저널이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 이후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상상력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독서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 학교 도서관 저널에 주목한 것이다. 한 소장은 “14년이 지나니 현장에서 독서 방법론이 한층 무르익어가는 것을 느낀다”며 “이런 게 잡지를 계속 만드는 기쁨”이라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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