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가게 운영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고객들의 지갑이 닫힌 탓이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인건비, 전기 요금, 가스 요금 등에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자들은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같은 공간을 나눠 쓰거나 사업을 쪼개 배달 플랫폼에 여러 곳으로 등록하는 등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노력은 폐업을 막기 위한 생존법이기도 하다. 팬데믹 기간 이후에도 폐업하는 가게들은 매달 늘고 있는 추세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내에 위치한 외식 업종의 폐업 건수는 지난해 1분기 870건에서 2분기 920건, 3분기 938건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에 889건으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2일까지 91개 가게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점 업종 소상공인들은 당초 올해 1월 경기체감지수(BSI)가 66.0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체감한 지수는 38.4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월 소상공인 체감 BSI가 37.5를 기록한 후 2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BSI는 사업장의 실적과 계획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 실적 호전을, 100 미만이면 경기 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엔데믹 이후 외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10월 BSI 전망치는 93.2까지 올랐지만 이후 88.5, 77.1 등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체감 BSI 역시 지난해 9월 62.9로 집계된 후 62.0, 57.2, 46.4로 하락 추세다. 그만큼 음식점 자영업의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저녁 장사를 주업으로 하는 호프나 주점은 최근 낮 시간에 백반이나 한식 뷔페 가게로 변한다. 자영업자들이 시간을 나눠 가게를 빌려주며 임대료를 나눠내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자 꺼내든 고육책이다. 엔데믹 이후 연말 연초 회식 수요가 늘면서 저녁 시간대 ‘피크타임’을 기대했지만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손님이 뚝 끊기며 매출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하다가 가게를 정리하고 공유 주방에 들어가 배달만 하는 자영업자들도 늘었다. 임대료를 내고 가게를 운영하는 것보다 공유 주방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이 비용 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또 배달 플랫폼에 여러 음식점 이름을 등록해 노출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배달 앱에 접속한 소비자가 어느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더라도 하나의 가게에서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구조다. 광고비 부담은 있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노출을 늘려 배달 건수를 확보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또 일부 음식점 사장들은 본인이 직접 배달 라이더로 등록해 배달을 나가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가게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A씨는 “물가가 오르니 고객들이 외식비부터 줄이려고 한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올 초 당정은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1분기 영세 소상공인 126만 명을 대상으로 업체당 20만 원씩 총 2520억 원 규모의 전기요금 감면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부터 전기료가 다섯 차례 올라 인상률이 40%에 달하는 등 민생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 증가, 수익률 악화 등으로 한계 상황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