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4년 만에 소니에도 역전…무죄 받은 이재용, 재역전의 용사 될까

법원 이재용 무죄 선고, 기소 3년 반 만

지난해 주력 사업서 1위 자리 내준 삼성

애플·인텔에 밀리고 소니 영업익 역전돼

사업경쟁력·컨트롤타워 강화 급물살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벗으며 삼성전자가 다시 빼앗긴 자리를 되찾을 지 주목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 경쟁자들에 밀리며 1위 타이틀을 반납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에 밀렸고 반도체에서는 인텔에 밀렸다. 그러면서 소니는 24년 만에 삼성전자를 영업이익에서 따돌리기도 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입증이 부족하다”며 “제기된 혐의 모두 무죄”라고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전략팀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지난해 11월 1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등이 그룹 승계 계획에 따라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하게 합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합병 비율을 책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에 대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손해가 추상적”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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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지면서 뒤집기에 나설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한층 힘이 붙을 전망이다. 이 회장의 시선이 재판으로 분산된 상황 속에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 분야인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서 경쟁력이 꺾이며 2위 기업들에게 왕좌를 내줘야 했다. 삼성전자 최후의 보루였던 전세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13년 만에 애플에게 밀렸다. 그간 삼성전자는 애플에 스마트폰 영업이익, 매출 등 부문에서 크게 밀렸지만 판매 대수만큼은 1위를 수성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 2660만대로 2억 3460만 대를 판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2년 만에 인텔에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인텔의 반도체 매출은 486억 6400만 달러(약 65조 2000억 원)로 399억 500만 달러(약 53조 5000억 원)을 벌어들인 삼성전자를 큰 차이로 제쳤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로 삼성전자의 주 무대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수요 부진이 두드러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를 주 영역으로 하는 인텔의 타격은 비교적 덜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소니는 24년 만에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15년 전만 해도 소니, 히타치 등 일본 전자제품 기업 9곳을 합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소니 한 곳으로 영업이익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이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로 그간 동력을 얻지 못했던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과 컨트롤타워 구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위 자리를 빼앗겼던 핵심 사업들도 이 회장 복귀와 함께 구체적인 뒤집기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들이 저력이 있다고 해도 지금 삼성은 방향성을 잡아주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과는 다른 시각에서 볼 오너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해 보인다”며 "오너가 나서 전문경영인과 시너지를 만들고 오너로서 경영인들에게 힘을 주고 가이드 해주는 역할이 중요한 타이밍이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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