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열리는 ‘2024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WDS)’에 앞다퉈 참가했다.
한화그룹 방위산업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와 현대로템·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 업체를 포함해 완성차 기업인 기아도 개최지인 리야드에서 최첨단 방산 제품을 선보였다. 기업들은 이번 행사를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 ‘K무기’ 수출을 확대할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5일 WDS가 열리는 현지에서 최대 16명이 탑승해 1m 깊이의 하천을 통과할 수 있는 중형 표준 차량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된 중형 표준 차량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개발될 수 있어 고객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아는 또 소형 전술 차량인 기갑수색차와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수소 ATV도 선보였다.
방산 4사 가운데 하나인 LIG넥스원은 대표 제품인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Ⅱ’를 비롯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대포병탐지레이더-II,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 등 주요 무기를 WDS에 총출동시켰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인 4조 원대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은 경험을 살려 또 한 번 대형 수주를 노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산 주요 업체인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 차량과 ‘디펜스 드론’ 등 주요 제품 라인업을 WDS에 대거 등장시켰다. 수출형 K2 전차, 30톤급 차륜형 장갑차도 현대로템의 이번 전시 라인업에 속했다.
특히 현대로템과 LIG넥스원은 WDS에 공동 부스를 마련해 중동 공략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두 회사가 공동 부스를 차린 것은 처음으로 그만큼 중동 공략에 의기투합해 공을 들이겠다는 것이 양 사의 입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공동 부스에 전시된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 차량에는 LIG넥스원의 대전차 유도 무기가 탑재됐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도 최신 전투함 ‘충남함’과 3000톤급 잠수함을 내놓으며 중동 진출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 FA-50, LAH, 수리온 등 주력 기종과 다목적 수송기(MC-X), 미래비행체(AAV) 같은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차세대 중형 및 초소형 SAR 위성 등 K스페이스 라인업을 선보였다.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사우디는 물론 중동 및 아프리카 정부 관계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한화오션은 항공 분야 핵심 부품을 포함해 ‘육해공 솔루션’을 현지에서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F-21 전투기의 심장인 F414 엔진을, 한화시스템은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더를 내놓았다. 한화오션은 36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등을 전시했다.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 무기 전시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동 지역이 ‘K무기’의 주요 시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점과 연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2년 전 천궁-Ⅱ ‘잭팟’을 계기로 중동에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WDS는 한국산 무기들이 중동, 나아가 아시아 고객들에 기술력을 뽐낼 기회라는 설명이다.
사우디는 자본력을 앞세워 WDS를 선진 무기를 대거 확보할 장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번 전시회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22년 시작해 올해 2회째를 맞은 WDS에는 총 45개국에서 900여 개 기업이 부스를 차렸는데 규모로만 보면 중동 최대 국제무기박람회인 UAE 국제방산전시회(IDEX)와 맞먹는다. 지난해 IDEX에는 총 65개국에서 1350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사우디가 2회 만에 IDEX에 견줄 만큼 WDS의 몸집을 불린 것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중동 무기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