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고려시대 불교 문화재 ‘사리’가 국내에 반환된다.
문화재청은 6일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와 별개로 사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 공예로 평가 받는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다. 사리구에 적혀있는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과거칠불 중 6번째의 부처) 2과, 정광불(석가모니에게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예언했다는 부처) 5과, 지공선사(고려시대 양주 회암사를 창건하는 등 활동한 인도 출신의 승려) 5과, 나옹선사(고려시대 지공선사로부터 불법을 배우고 공민왕의 왕사로 활동한 명승)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다. 다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며, 일제강점기 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미술관은 1939년 한 업자로부터 사리구를 취득했으며 1941년 미술관이 발간한 간행지에 따르면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보스턴미술관과 사리와 사리구 반환 협상을 진행했다. 잠시 중단됐던 논의는 지난해 4월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사리구 반환 문제를 언급하면서 10년 만에 재개됐다.
이번 협상에 따르면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인 만큼 2024년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된다.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기간 동안 임시 대여하는 것을 조속히 추진한다.
사리구의 임시 대여는 국외로 반출된지 약 한 세기 만에 첫 국내 반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문화재청은 사리구가 국내에 머무는 동안 보존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사리구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 진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사리 기증 및 사리구 임시 대여 추진이란 협상 성과를 통해 사리는 불교의 성물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사리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한 업무협력 하에 남은 과제의 일정들을 착실히 추진하고, 보스턴미술관과 상호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