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980명이 특별사면 또는 복권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댓글 공작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포함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 경제인 5명도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6일 서민생계형 형사범, 경제인, 전직 주요 공직자, 정치인 등 980명에 대한 설 명절 특별사면을 7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네 번째 특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이번 사면은 활력 있는 민생 경제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명절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사면으로 민생 경제의 활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안보실장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24명이 포함됐다. 김 전 비서실장과 김 전 안보실장은 각각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최근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이들은 유죄가 확정된 지 약 1주일 만에 사면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의 재상고 포기가 사면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면은 형이 최종 확정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전 교감’ 논란에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을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면 대상자는 사면 심사일을 기준으로 형이 확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다”고 반박했다. 김 전 비서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제인 중에서는 최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 등 5명이 복권됐다. 복권은 형의 선고로 인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다. 이들은 기업 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형을 선고받아 이미 실형 복역을 마쳤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완료된 상태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 원을 빼돌려 옵션 투자금에 유용한 혐의로, 구 회장은 2200억 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로 2014년 각각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외에도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도 잔형 집행면제 및 복권 조치됐다. 언론인 노조 활동을 방해한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도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직무 수행으로 처벌된 전직 주요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장기간 언론인으로 재직한 언론사 경영진 등을 사면함으로써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 통합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 중 947명은 일반 형사범으로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제외됐다. 이 중 129명은 생계형 범죄 등을 저지른 청년들이다. 경영 악화로 차용금 사기를 저지르거나 밀린 급여와 투자금 회수 등 의도로 회사 자금을 일부 횡령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3명도 포함됐다.
또한 정부는 여객·화물 운송업 등 생계와 밀접한 행정제재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와 공무원 징계 사면 등을 총 45만 5398명에 대해 실시하는 한편 소액 연체 이력자 약 298만 명에 대한 신용 회복 지원을 다음 달 12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