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감면 효과에 힘입어 1997~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업의 해외 유보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자본 리쇼어링’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보낸 배당금 중 95%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자 지난해 해외 유보금 88억여 달러가 국내에 순유입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전기자동차 공장 투자를 위해 59억 달러를 들여온 게 대표적 사례다. 법인세 완화가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 장기적인 세수 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9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39억 5000만 달러인 데 비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472억 달러에 이르렀다. 들어오는 기업보다 나가는 기업이 더 많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유턴 기업’에 여러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지금 주요국들은 첨단산업 육성과 투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인세 감면 등은 물론 통상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강도 높은 리쇼어링 정책 등을 통해 지난해 제조업 투자가 62.6%나 급증했다. 일본의 유턴 기업은 연간 600~700개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126개사에 불과했다.
정부와 국회는 모처럼 찾아온 기업 유턴 바람이 확산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패키지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쟁국에 비해 유독 가혹한 법인세·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이 급선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훨씬 높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중 2위다. 세금이 무서워 해외로 나가고 지분을 팔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또 수도권 산업단지 확충, 노사 관계 개선, 과감한 규제 개혁 등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은 특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세금 부담과 규제로 발목을 잡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재벌 감세’ 등의 프레임으로 이 같은 절규를 외면하면 기업들의 ‘탈(脫)한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