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던 보험 상품 중에서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있다. ELS펀드를 주로 편입해 운용하는 ELS 변액보험의 상당수가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있어 정해진 기간 안에 자산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면 영구 손실을 보게되는 ELS와는 달리 만회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이 우선이어야 할 보험에 고위험 상품인 ELS를 운용 자산으로 편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보험사에서 은행 창구(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한 ELS 변액보험 45개 중 34개의 누적 수익률이 손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판매된 ELS 변액보험 4개 중 3개 이상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손실을 기록 중인 보험 34개의 평균 수익률은 -16.49%였으며 가장 손실이 큰 상품은 반 토막(-48.34%)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4개 상품의 순자산은 288억 원 정도이고 평균 수익률이 -16.49%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48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수익을 기록 중인 11개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3.87%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판매된 ELS 보험은 대부분 KB라이프와 하나생명이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했다.
변액보험은 보험금과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거둔 뒤 이를 향후 보험금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특히 ELS 변액보험은 매월 쿠폰 지급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 발생한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대부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조기 상환되는 구조다.
ELS변액보험은 일반 ELS와는 수익구조가 다소 다르다. ELS는 만기까지 기초자산가격이 일정 기준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을 기록하고 상품 자체가 없어지지만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계속 보험을 유지할 경우 손실을 만회할 기회는 있다. 특히 ELS 변액보험은 대부분 노녹인(No-Knock In) 구조로 ELS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이 베리어 이하로 하락해도 만기 시에만 베리어 이상을 유지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손실을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적립식 투자자들은 이전에 조기 상환을 통해 쿠폰(수익)을 지급받았을 수도 있다. 보험 자체의 보장도 해지를 하지 않는 한 유지가 된다. 예컨대 3000만 원을 보험에 넣은 가입자가 사망 보험금으로 3000만 원을 보장받았다고 하면 보험은 손실이 나더라도 사망 보장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만기가 돼 재투자를 결정해도 기존 보험에서 보장하던 금액 역시 유지되는 식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변액보험은 원금을 ELS펀드에, 수익을 채권 등에 투자하는 만큼 이전에 조기 상환을 통해 쿠폰(수익)이 지급됐을 수 있어 투자자 손실도 줄어들 수 있다”며 “원금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재투자를 하면 기존 보험의 보장도 유지되는 보험 상품인 만큼 (ELS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10년 이상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변액보험 상품에 3년 또는 5년 만기의 ELS를 편입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액보험은 장기투자 상품인데 만기가 3~5년으로 짧은 고위험 상품을 대부분 자산으로 편입시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ELS 변액보험이 은행 창구를 통해 대부분 판매된 만큼 은행 창구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만기가 정해져 있는 상품을 편입하면 손실 회복 가능성도 줄어든다”며 “보험이라고 하기에는 위험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