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하기로 했다.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변화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 등을 살펴보고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회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존재하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회사나 업권별 리스크를 분석해왔던 것에서 사업장 단위나 개별 투자 건별로 모니터링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구조이다 보니 트렌치(투자 원금을 상환받는 우선순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사업장 리스크나 평가 손실을 개별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비교해 보려 한다”며 “조만간 사업장별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EOD 발생 사유도 더 상세하게 따져볼 계획이다. EOD 발생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 선순위 이외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건별로 진행 상황을 따져보며 EOD 사유나 LTV 등까지 상세히 분석해 보려 한다”며 “어떤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산 가치가 폭락 등 손실 여부도 살펴본다.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실사 한계 등이 존재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과거 투자 시점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며 자산 부실이나 손실 반영을 최대한 미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경고음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관련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과 관련해 약 1300억 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4분기에 3500억 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55조 8000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6762조 5000억 원)의 0.8% 수준이다. 특히 최근 리스크가 부각된 북미 지역 투자 금액은 35조 8000억 원(64.2%)에 달한다. 투자액 중 올해 도래하는 만기액은 14조 1000억 원(25.4%) 정도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총자산 대비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상황이다 보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돌출할 수 있고 정보 접근도 제한적”이라며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