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지켜보는 증권 업계 종사자들은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원칙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홍콩H지수 연계 ELS와 관련한 책임이 투자자 본인이 아닌 은행을 향해 있으며 불완전판매와 배상 이슈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이 적지 않다.
ELS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만기 3년까지 일정 수준 이하로 지수·종목이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원금은 물론 은행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하지만 자산 가격이 폭락한 경우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자는커녕 원금은 만기 때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통상 기준가를 50%대로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이 날 경우 원금의 절반을 잃는다.
그렇다면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본인들이 투자한 상품이 이토록 위험한 상품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홍콩H지수 ELS 보유자 중 95~97%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공개됐다. 설령 ELS의 위험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투자설명서에는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기준이 적시돼 있다. 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투자를 했다가 손실이 나는 것도 결국 본인 책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가 이 원칙을 깨는 빌미를 제공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사태를 거치며 불완전판매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ELS 판매에 급급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증권사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ELS 사태의 본질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라 증권사는 잘못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잘 팔리고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위기 관리 없이 상환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채 ELS를 줄줄이 발행한 것은 증권 업계다.
ELS의 손실에 대한 업계의 배상이 현실화되면 금융투자 업계에 뼈아픈 선례로 남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는 금융투자 업계의 성장도 요원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