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들의 대(對)국민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썼다가 지역민 비하라는 비판을 받자 주민의 의식 수준을 뜻하는 ‘민도(民度)’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을 겨냥해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재앙적 결과는 국민의 몫”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니 “국민을 우습게 보는 선민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은 15일 전국 의사회 시도 단위 궐기대회, 17일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하는 등 강경 투쟁을 준비 중이다. 전공의 단체도 12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돌입 방안을 논의했다. 의료 현장의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잡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은 89.3%에 이른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보다 30%가량 적다. 그나마 수도권과 인기 학과로 몰리다 보니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지역 의료 체계는 붕괴 직전이다. 이런데도 의협은 26차례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성실 협의를 거부했고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회원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 전공의 집단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한 업무 개시 명령, 불응 때는 의사 면허 취소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 단체가 ‘강 대 강’으로 정면 충돌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된다. 의사 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를 접고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전문의를 배출하려면 10년가량 걸린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 ‘의료 개혁 4대 패키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