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8조 4000억 원을 투입해 침체된 건설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 올해 공공기관 투자계획의 29%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수준인 11조 9600억 원(65%)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해 자금줄이 마른 건설업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LH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대 부문 11대 중점과제’를 담은 업무계획을 13일 발표했다. LH의 결정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투자가 크게 위축된 민간 건설 시장을 감안해 신속하게 예산을 조기 집행해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H는 또 부동산 PF 연착륙과 잠재위험 관리를 위해 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PF 사업 부지 매입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의 큰 줄기로, 단기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현장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을 LH가 직접 매입해 개발하거나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LH는 또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도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LH는 안정적인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총 10만 5000가구의 주택 인허가와 5만 가구 이상의 착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6만 9000가구 이상 뉴홈 인허가를 통해 국민 주거 사다리 마련을 지원하며 3기 신도시 5곳은 조성일정을 앞당겨 모든 사업지구를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도심에서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매입·전세임대 역시 전년 계획 대비 1만 가구 이상 확대된 6만 5000가구(매입 3만 4000가구, 전세 3만 1000가구)를 공급해 취약계층 주거안정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5000가구도 포함됐다.
LH는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지역본부에 현장인력을 추가 배치해 실행력을 높이는 한편 사업 일정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해 원가상승, 착공지연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생한 부실시공 재발 방지와 국민신뢰 회복에 중점을 둔 LH 혁신안도 이행키로 했다. 구조설계 책임 강화를 위해 건축설계와 구조설계의 ‘공동계약방식(LH가 건축사-구조기술사 컨소시엄과 직접 계약 체결)’을 도입하고, 내·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한 2단계 검증을 시행하여 부실시공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공공주택 품질도 개선한다. 올해 착공하는 공공주택 단지는 평균 주택형을 전용 57㎡에서 68㎡로 늘리고, 뉴홈의 경우 바닥 두께를 기존 21cm에서 25cm로 상향해 층간소음을 완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모든 신규 주택에는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한다.
이밖에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한 맞춤형 주거서비스 제공 방안도 업무계획에 담겼다. LH는 의정부 고산지구에 신혼부부 등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아동 보육과 의료·문화시설을 집약한 ‘아이돌봄 클러스터’ 시범 사업을 9월 승인받고 5060 은퇴자를 위해 동탄2지구에 추진하는 ‘헬스케어 리츠 실버타운’ 시범사업도 4월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올해 공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빠르고 과감한 공공주택 공급과 투자 집행으로 집 걱정은 덜고 경제 활력은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