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복합 호재’에 웃는 日 경제, 증시 상승 탄력 붙는다  

내각부 “디플레 탈피, 긍정적 움직임”

닛케이 사상 최고가 신기록 달성 눈앞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탈출과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경제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일본 증시가 3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것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내각부는 13일 공표한 ‘2023년도 일본 경제 보고서(미니 경제 백서)’에서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으며 2020년 4~6월을 저점으로 크게 침체한 뒤 서서히 정상화가 진행됐다”며 “40년 만의 물가 상승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춘투(춘계 노사 임금 협상)에서 확인된 30년 만의 높은 임금 인상과 기업의 강한 투자 의욕 등 우리나라(일본) 경제에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며 “25년 동안 달성할 수 없었던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인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는 것을 ‘디플레이션 탈출’로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판별하기 위한 점검 항목으로 △임금 상승 △기업의 가격 전가 동향 △물가 상승의 확산 △예측 물가 상승률을 꼽았다. 보고서는 물가 상승이 식료품이나 에너지 등 재화로부터 서비스로 전달되고 있고 기업이 매입 가격 상승을 판매 가격으로 전가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져 “일본 경제가 1990년대 후반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기 전의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업의 예상 물가 상승률도 일본은행(BOJ)의 단기 경제 관측 조사 결과 ‘1년 후’와 ‘5년 후’ 모두 2%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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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수 시장이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13일 닛케이지수가 장중 3만 8000선을 돌파하며 버블 전성기인 1989년에 세웠던 최고 기록(3만 8915)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일본 증시 호황의 배경으로는 우선 내수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거론된다. 신문이 도쿄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지난해 10~12월 실적을 발표한 기업 207곳을 분석한 결과 121개사(58.5%)의 최종 손익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돌았는데 내수 기업의 경우 전체의 70%가 이 같은 호실적에 해당됐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3개월 만에 재차 돌파하는 등 ‘엔저 효과’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에 대한 경계령이 완화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일본 증시로 돌린 요소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일본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엔저 효과가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면서 미국 등 해외 사업의 호조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의 ‘밸류업(저평가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도 일본 경제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들이 연초 이후 이달 8일까지 발표한 자사주 매입 금액만 1조 3000억 엔(약 11조 5000억 원)에 이른다. 2021~2023년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성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일본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개인들까지 가세한다면 지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이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비과세 보유 한도 및 기간을 크게 완화해 1월 시행한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은 “신NISA는 중장년 남성 중심이던 일본 증시로 젊은 층과 여성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투자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닛케이는 전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은 3.1%로 나오며 미 증시가 휘청거린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0.69% 소폭 하락한 3만 7703.32로 거래를 마쳤다.


김경미 기자·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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