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3% 노조' 감싸기보다 취약층 보호·MZ와 갈등 해소가 급선무

[중노위 설립 70주년 설문]

내부서도 '勞에 특화' 거부 목소리

일반인마저 '노조 무용론' 힘실려

43% "직장 내 MZ와 갈등 우려"

해고·괴롭힘보다 우선순위 꼽아

76%는 "이직 더 잦아질 것" 전망


“노동위원회는 늘 노조가 옳다고 답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노사의 잘잘못을 가리는 기관입니다.”(중앙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

근로자 피해 구제 기관인 노동위원회 내부에서 절반만 노동조합 보호 강화에 동의한다는 15일 자체 설문 결과는 우리나라 노조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지 찬반 논쟁과 흐름을 같이한다. 노동위 내부에서는 노조 보호에 특화된 기관이라는 평가를 거부하고 전체 근로자와 근로자 중 취약 계층을 더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로자의 인식도 바뀌면서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노동위 상급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가 올해 설립 70주년을 맞아 소속 노·사·공익위원 및 조사관 727명과 일반인 301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노동위 위원 및 조사관이 노조 보호보다 취약 계층 권리 구제 기능 강화에 동의하는 경향이다.



위원 및 조사관은 ‘노동위가 노조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질문에 44.8%만 동의했다. 하지만 ‘노동위가 취약 계층 권리 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율이 74.8%에 달했다. 노조가 근로자 스스로 노동권을 보호하는 조직이지만 반드시 취약 계층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담긴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답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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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보호 범위는 노조의 근로자 대표성과 함께 노동시장의 난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전국 노조 조직 현황’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수는 272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21만 명 감소했다. 조합원 수가 감소하기는 2009년 165만 명을 기록한 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조합원 수가 줄면서 노조 조직률도 13.1%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조 지형은 임금 등 고용 조건이 나은 대기업과 공공 부문으로 쏠린 상황이다. 공공 부문 노조 조직률은 70%로 전년과 같았다. 반면 민간 조직률은 10.1%로 1년 새 1.1%포인트 줄었다. 사업장별 규모로 보면 통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 조직률이 36.9%로 다른 사업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근로자 30~99명은 1.3%, 30명 미만은 0.1%에 그쳤다.

노동위 내부에서 ‘노조 보호 강화론’이 절반에 그친 다른 배경은 노사 갈등에서 노조만 옳다는 선입관이 희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노사의 해고 분쟁 10건 중 4건은 실제로 부당해고로 인정된다. 중노위가 지난해 1~8월 노조 활동 탓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 건 7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당해고 인용 건은 26건으로 37%를 기록했다. 26건을 보면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모두 인정된 경우는 10건, 부당해고만 인정된 경우는 16건이다. 이는 우리나라 노조 문화의 단면이다. 노조는 조합원 해고 징계 시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단을 하기 쉽다. 사측은 노조 활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도 짙다. 이런 탓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동시에 문제 제기하는 경향이 조사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징계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노조 조합원의 개인적 일탈에 따른 징계는 노조 활동으로 인한 불이익인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은 앞으로 노조 보호론에 이어 노조 무용론이 커질 가능성도 보여줬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노동위 위원·조사관도 앞으로 직장 내 갈등이 가장 많이 일어날 유형으로 MZ세대와의 갈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노조와 노동위가 적극적으로 권리 구제에 나설 해고 및 징계는 일반인 답변에서 2위에, 위원 및 조사관 답변에서 3위에 그쳤다. 근로자 개개인의 권리 구제에 더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점점 줄고 있다. 2022년 노동위가 처리한 부당노동행위 사건(판정 기준)은 786건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이는 2016년 1129건을 기록한 후 7년 내 최소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할 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통칭된다. 이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는 노동 3권과 직결된다.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해 노동쟁의 조정, 복수 노조 등 집단 분쟁 사건도 2022년 2499건으로 전년 대비 17.4% 감소했다. 노동분쟁은 노조에서 개별 근로자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분위기다. 집단 분쟁 사건 추이와 달리 개별적 노동분쟁 사건은 1만 3528건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김태기 중노위 위원장은 “그동안 노동위는 노조에 치중하느라 취약 계층 보호에 소홀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노동위는 기존의 노사 분쟁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하고 새로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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