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익 공유…신재생 반기든 주민 끌어안다 [지구용리포트]


올해 19년째 이어지고 있는 밀양 송전탑 분쟁은 덴마크에서 풍력에너지공학을 공부하던 윤태환(사진) 루트에너지 대표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자 창업의 계기였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주민들의 필사적인 반대 시위와 분신자살, 행정 집행 이후 결국 송전탑이 세워졌지만 주민들로 구성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여전히 탈핵·탈송전탑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밀양뿐만이 아니다. 점점 태양광·풍력 발전소 구축이 늘고 있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에 수년씩 걸리는 실정이다. 윤 대표는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역·이해관계자 사전 분석과 이익 공유가 답이라고 봤다.




강원도 태백의 가덕산 1단계 풍력발전 단지 전경. 루트에너지는 인근 주민들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루트에너지강원도 태백의 가덕산 1단계 풍력발전 단지 전경. 루트에너지는 인근 주민들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루트에너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윤 대표는 “밀양 송전탑 분쟁 같은 갈등은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며 “앞으로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늘면서 민가·어업 거점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면 주민들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원칙 아래 접근해 세 가지 솔루션을 도출했다. 우선 ‘지역 상생 솔루션’은 지역과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히 분석해 상생 방안을 도출하는 안이다. 윤 대표는 “농촌과 어촌의 일자리 상황이나 인구비, 도시별 주요 산업, 인근의 다른 발전소 유무 등에 따라 전부 상황과 특징이 상이해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상생 모델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역 협의 솔루션’이다.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골고루 구성한 후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역상생협의회를 구축한다. 그래야 해당 지역에서의 우선순위 과제를 선정하고 일정·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짤 수 있어서다. 그렇지 않으면 목소리가 큰 이들의 의견이 과대표되기 십상이다.



마지막은 ‘주민 참여 이익 공유 솔루션’이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커뮤니티 펀드’에 참여해 발전소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이 루트에너지의 커뮤니티 플랫폼에 가입해 일부 자금을 투자하면 20여 년 이상 수익을 상환받게 된다. 특히 주민들이 선순위채권을 갖도록 했다. 발전소 고장 등으로 차질이 빚어져도 주민들이 최우선으로 전력 판매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윤 대표는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후순위채권을 갖고 발전소 고장 같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주민들이 선순위채권을 가지면 발전소 건설 지연의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논리로 투자심사위원회의 금융사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루트에너지는 투자금을 모두 NH농협은행으로 분리해 투명한 회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발전소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특히 2021년부터 국내 발전소 입찰 기준에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이 추가되면서 사업자들도 전문적인 주민 수용성 솔루션을 반드시 필요로 하게 됐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한편 루트에너지는 일반 대중에는 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더 알려져 있다. 소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작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5000만 원까지 투자하는 기후 핀테크 모델이다. 인허가 이슈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이미 준공을 마치고 운영 중인 발전소에 주로 투자(90%)한다. 이들 발전소는 이미 한국전력과 20년 단위의 전력판매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발전소 건설 지역 주민만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펀드가 약 50억 원, 일반 투자자들에게 열려 있는 기후 펀드가 약 500억 원이다. 커뮤니티 펀드의 경우 계약 완료 및 계약 협의 중인 주민 참여 사업까지 합치면 1조 8000억 원 규모다. 윤 대표는 “기후위기 문제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며 “정부는 벤처 투자만큼이나 기후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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