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일간의 춘제(중국 음력 설) 연휴를 마치면서 실질적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당국의 경기 부양책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바탕으로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연초부터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을 막으려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감독 당국의 수장까지 교체했지만 증시에 드리운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했던 부동산 시장은 되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연초 휴식기를 지낸 중국은 본격적인 태세 전환을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으로 경기 반등을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지급준비율 인하와 더불어 통화 및 재정 분야 전반에 걸친 추가 정책 지원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20일 발표되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다. 시장에서는 이달 LPR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LPR은 20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평균치로, 인민은행이 매달 20일께 이를 고시한다.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의 기준이 되는 1년물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삼는 5년물로 나뉜다.
인민은행은 LPR 고시 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통해 LPR의 방향을 제시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런 관례가 깨졌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은 “2022년부터 중국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이 비대칭적 금리 인하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인민은행이 5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나 MLF와 LPR이 연동된 경우는 지난해 6월 한 차례에 그쳤다.
이달 역시 MLF는 동결됐지만 LPR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궈하이증권은 “앞서 세 번의 지준율 인하 후 단기간 내 LPR이 인하된 적은 없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구제책 효과가 약한 점을 고려할 때 2월에 LPR을 단독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춘제 기간 국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영화관 관람객이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여행지에 관광객이 몰렸지만 이들의 소비는 이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제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는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춘제 이전 다양한 카드를 꺼냈지만 증시 하락과 부동산 침체의 반등을 이끌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당국은 2조 3000억 위안(약 426조 원) 규모의 증시 안정 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도세를 막기 위해 공매도 차단 등의 조치도 꺼내 들었으나 벤치마크인 CSI300지수가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부동산 시장의 ‘구매 조건 완화’를 비롯해 다양한 대책도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중국 5대 국유은행이 화이트리스트(우량 부동산 프로젝트) 8000여 개를 선별해 대출을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집값 하락은 역대 최장 기간인 2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침체에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가 민간 부동산을 사들여 직접 임대·판매하는 과거 사회주의식 통제를 하겠다는 논의도 나온다.
중국은 자국 경제성장의 자신감을 대내외에 호소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만큼 금리 인하를 비롯해 보다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최대 연례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