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닷새간 진행한 4·10 총선 133개 지역구의 공천 면접을 거쳐 89곳의 공천을 확정지었다. 여당의 공천 작업이 반환점을 돌기까지 ‘공천 파동’이라 여겨질 정도의 갈등은 보이지 않으면서 ‘일단은 시스템 공천이 정착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사자들의 반발과 개혁신당 이탈 등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1차 공천’이 소극적으로 이뤄졌을 뿐,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및 수도권·영남권 후보 재배치가 본격화하면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 확정자 89명(단수추천 86명·우선추천 3명) 중 현재 지역구로 출마하는 현역은 28명(31%)에 불과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치로 내건 ‘이기는 공천’에 맞춰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격전지 승률을 높이기 위한 수도권·영남권 교통정리도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롭게 이뤄져왔다. 부산·경남(PK) 지역의 중진 3인방 서병수 의원(부산 북강서갑, 5선)·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 3선)·조해진 의원(경남 김해을, 3선) 등은 당의 요구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로 나가 전략 공천을 받게 됐다. 공천심사를 앞두고 마포갑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이용호 의원과 최승재 의원은 각각 서대문갑과 경기 광명갑으로 옮겼고, 태영호 의원은 강남갑에서 구로을로 도전장을 내 이 중 이 의원과 태 의원의 단수 공천이 확정됐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의 ‘양지 출마설’도 일단락 됐다. ‘부산의 강남’ 해운대갑에 공천을 신청한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을 제외하면 ‘텃밭’을 보장받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공천은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편으로는 ‘감동 없는 공천’ 이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현재 지역구에서 공천이 확정된 현역 28명 중 절반이 넘는 17명이 강남(2명)·영남(15명) 의원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김기현 체제’에서 활동했던 지도부·주요 당직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이는 앞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요구했던 ‘주류 희생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공천 작업의 핵심인 지역구 현역에 대한 컷오프도 나오지 않았다.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가 현재까지도 전무한건 오는 29일 '쌍특검'(김건희 특검법·대장동 특검법) 재투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탈표를 두려워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기호 3번’을 노리는 개혁신당의 흡수 대상인 점도 고려 대상으로 보인다. 앞서 컷오프가 결정된 현역 최영희 의원과 서정숙 의원은 탈당시 의원직이 상실되는 비례대표다.
여당 내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내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천 결과 발표 뒤 탈당으로 이어진 과거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공천 확정 지역구 89개와 경선 지역구 44개를 뺀 120개 지역구에 대해서는 검토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도 납득할 만한 공정 경선이 진행돼 총선마다 불거졌던 ‘공천 파동’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전날 “21대 총선에서 ‘잘라내기’식 경선을 통해 분열되며 (본선에서) 패배한 부분이 많았다”며 “이번 선거 승리의 핵심은 공천이 안 된 분들과 공천된 분들의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