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여러 캐스팅을 번갈아 보는 ‘N차 관람’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1순위 캐스팅 아니면 2, 3순위를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년 관객도 사라졌습니다.”
‘레베카’, ‘몬테 크리스토’ 등을 제작한 국내 뮤지컬 업계 강자인 EMK뮤지컬 컴퍼니의 엄홍현 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공연 혹한기였던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겪은 변화를 ‘쏠림 현상’과 ‘중년 관객 실종’으로 꼽았다. 그는 “이렇게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2~3년 내 주연 캐스팅도 최대 더블 캐스팅으로 바뀔 것”이라고 짚었다.
팬층을 확보한 아이돌도 예외는 아니다. 엄 대표는 “팬데믹 전에는 아이돌을 캐스팅하면 기본으로 손익분기점를 넘긴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배우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새도 배우들 만나면 빨리 레슨 받고 실력 키우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중년 관객이 사라지면서 EMK의 대표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뉴욕 현지 오디션을 거치는 등 공을 들인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뼈아픈 흥행 참패를 겪었다. 엄 대표는 “이전에는 적자를 보면 많아야 10~15%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관객이 등을 돌리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며 “2017년 초연 때만해도 흥행했던 작품이었는데 주 관람객이었던 40대 이상 관객들이 사라진 것도 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국내 관객들이 사라진 자리에 원정 오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늘어난 것. 엄 대표는 “뮤지컬 벤허에 규현이 출연한 회차에 관객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었고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에 서인국 배우 회차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팬들이 다다”며 “동남아 국가에서는 1박2일로 좋아하는 배우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당일 치기도 온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회차의 경우 외국인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객석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방침이다.
이달 27일 개막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6월에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모두 10주년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EMK에 있어 10주년은 특별한 해다. 매번 10주년 공연을 마치고 나서는 무대, 의상, 소품은 모두 버리고 음악 순서는 물론 대사까지도 새롭게 구상을 시작한다. 관객들의 달라진 눈높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엄 대표는 “다른 회사와 달리 로버트 요한슨 연출을 비롯해 연출, 제작팀이 회사 소속이고 연속성 있게 이어지는 게 장점”이라며 “관객들의 후기를 다 읽고 반영할 정도로 관객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