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의 과반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서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임상강사와 전임의(펠로우)들도 “이대로라면 의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비상진료 체제를 가동하더라도 2~3주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임상강사, 전임의마저 의료 현장을 이탈할 경우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82개 수련병원 소속 임상강사·전임의들은 20일 ‘정부 의료정책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도 수련병원에 남아 더 나은 임상의와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쌓고자 했지만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낮은 필수의료 수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정상적인 진료 심사 기준 등 의료계의 현실은 물론,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야기될 보건의료현장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명목 아래 장기적인 의료 문제를 야기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면서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의료인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한 의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전임의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했을 때도 전공의, 의과대학 재학생 등 젊은 의사들과 함께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맞물리며 의료현장 공백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유보'카드를 제시하고 의료계와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단순 파업을 넘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데다 응급실, 중환자실마저 비우면서 4년 전보다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임상강사와 전임의가 주축이 돼 메우고 있는 만큼, 이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그야말로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