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직전 ‘깜짝 합당’으로 화제를 모은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개혁신당이 통합 11일 만에 붕괴됐다. 선거운동 주도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을 둘러싸고 촉발된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못하면서 제3지대 ‘빅텐트’는 ‘열흘 천하’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날 여의도 새로운 미래 당사에서 합당 철회 기자회견 하는 이낙연 공동대표(오른쪽 사진). 한 시간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왼쪽 사진). 연합뉴스20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여의도 한양빌딩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합당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 선거 지휘 전권을 위임하는 안건이 표결로 강행된 것을 계기로 통합 철회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통합 주체들의 합의가 부서졌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준석 대표가 일찍부터 본인을 지우려고 기획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준석 대표가 당내 타 당파(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원칙과상식)와 손잡고 선거 지휘는 본인, 공천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마쳐놓았다는 것이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선거 전권 위임과 관련해) 이낙연 대표가 전날 최고위에서 토론 연장을 제안했지만 묵살됐다”며 “사전에 미리 합의한 게 아니라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미래의 합당 철회 발표 직후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방전을 이어갔다. ‘김종인 위원장 전권 추대설’에 대해 “김 위원장 추천은 이낙연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어왔다”고 반박했다. 선거 지휘 전권 위임 논란과 관련해서는 지난 대선 ‘59초 쇼츠 공약’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당무에 있어서 위임 전결을 의결하는 경우가 상당 부분 있다”며 “선례가 있는데 무슨 정당민주주의 훼손인가”라고 받아쳤다.
‘낙준 연합’이 열흘여 만에 좌초되면서 제3지대 지형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새로운미래 측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과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공동대표도 “민주당과 정치를 살리기 위해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조국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 패권 정당은 제3지대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거리를 뒀다.
개혁신당 지도부는 이날 중 공관위원장 인선과 출마 지역구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간 줄곧 영입을 추진해 왔던 김 전 비대위원장을 공관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근 2~3일 내 정도의 시기에 김 위원장 쪽에 의사 타진을 해보려고 한 바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