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직장에서 사무 업무를 총괄한다. 이를 악용해 A씨는 실제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육아휴직 확인서를 허위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육아휴직급여 3500만 원을 받았다. 심지어 그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배우자까지 위장 고용을 한 후 육아휴직급여를 3500만 원 더 받았다. 경북에 있는 B사업장의 사업주는 사촌동생을 위장고용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꾸며 사촌동생이 2400만 원 육아휴직급여를 받도록 도왔다. 심지어 친누나도 같은 방식으로 1100만 원 육아휴직금을 받았다.
현장에서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허위로 육아휴직급여를 타낸 사업주들이 덜미를 잡혔다. 저출생 문제 해결이 급한 정부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늘릴수록 부정수급 가능성이 높아지고 휴직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작년 고용보험 부정수급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여 부정수급자 218명을 적발하고 이들에게 부정수급액(23억7000만 원)과 추가징수액을 더해 44억1000만원을 반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208명 중 203명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될 정도로 범죄행위 수준이 심각했다.
고용보험을 통해 받는 실업급여·육아휴직급여 등을 부정수급한 주요 유형은 사업주와 공모였다. 근로자가 퇴사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해 급여를 받는 식이다. 가족을 급여 대상 직원으로 만들기 위해 신청서류를 가짜로 만들거나 대상 직원을 늘리는 방식도 횡행했다.
우려는 작년 전체 부정수급 적발 규모가 5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억 원 더 늘었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기획조사와 특별점검을 늘린 영향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부정수급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자를 확대했다. 한정된 행정력으로 늘어난 사업장별 사전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용부 입장에서는 고용보험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수령하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는 근로자 목소리가 여전하다. 사측이 정부지원금 불이익 탓에 퇴사자를 실업급여 자격이 없는 일반사직으로 처리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육아휴직 사용 어려움은 대체인력 구인난과 동료의 업무가중이 꼽힌다. 육아휴직 후 인사, 업무 불이익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고용부의 다른 고민은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고용보험기금 관리다. 경영계에서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을 고려해 실업급여 혜택을 축소하라고 촉구한다. 노동계는 실업급여 혜택이 줄면 당장 취약계층이 받을 피해가 크다며 반대한다. 정부와 여야 모두 육아휴직 혜택을 늘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요원하다. 현행대로 고용보험기금에서 확대된 육아휴직 혜택을 감당하는 구조라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난은 더 심해질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