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사 파업 6개월 간다고? 서울대교수 비대위 “김윤, 공개 해명하라”

■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김윤 교수, 20일 토론서 ‘전공의 파업’ 관련 발언

복지부에 “파국 막자” 공개토론 제안했지만 외면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대교수협의회가 전일(20일) MBC ‘100분토론’에서 의과대학 증원 찬성 측 인사로 나온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윤 교수가 의대 증원이 발표되면 (전공의 등 의료계) 파업이 최고 6개월까지고 갈 수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파국을 막지는 못할 망정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그러한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인지 공개석상에서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파업’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대강이 만나 각자 자기 입장만 선전하는 것은 파국을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과 면허 박탈까지 공언하는 것은 의료대란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현장을 떠나도록 등을 떠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의대 교수 비대위, 이공계 및 인문계 교수 대표들이 마주 앉아 무너지는 의료와 교육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정부가 어떤 근거와 계획을 가지고 의대 2000명 증원을 감당할지 공개 토론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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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복지부와 의료계는 지난 20일 첫 TV 공개토론을 가졌지만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을 뿐,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의대 증원을 대폭 늘리는 데 찬성하는 인물이다.

김 교수는 토론에서 “우리나라는 2021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가 의대 증원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라며 “OECD의 최근 증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2배 늘리지 않는 한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OECD 가입국가와의 비교 외에도 지역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거나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인력(PA) 증가 등 여러 상황을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중소도시나 의료취약지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하면 2만 명”이라며 “충분한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의대교수협의회의 공분을 산 대목은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하면서 ‘진료공백’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일침을 가한 부분이었다. 김 교수는 “의사협회는 2000년 이후 의사 파업으로 정부 정책을 매번 무산시켰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는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도 굴복해서 증원에 실패하면 언제 다시 논의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본다. 파업으로 인한 고통보다 증원하지 못해 겪을 피해가 훨씬 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며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본격화하자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지난 16일 비대위를 꾸렸다. 젊은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대신, 현장에서 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정부와 논의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다. 정 교수는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대거 늘리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의대 쏠림 현상 심화로 기초, 소수 학문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이공계 학문 발전이 저해될 수 밖에 없다”며 “공개토론 요구에도 시종일관 복지부가 외면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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