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쿠바 ‘설탕산업부’






우리나라가 최근 수교한 쿠바는 특이하게 내각에 ‘설탕산업부’를 설치해 운영했던 나라다. 설탕이 쿠바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품목이었으므로 장관급 전담 행정조직을 만든 것이다. 설탕산업부는 1964년 설립돼 사탕수수 재배와 가공·유통을 비롯한 설탕 산업 전반을 계획하고 통제했다. 쿠바의 설탕 산업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태동했다. 스페인은 1523년 사탕수수를 쿠바에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했다. 쿠바의 설탕 산업은 1900년대 들어 미국 등의 설탕 수요 급증으로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1959년 쿠바가 공산화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 피델 카스트로 정부는 미국계 자본이 쿠바 내에 투자한 설탕 관련 시설을 몰수했다. 미국이 이에 대응해 1962년 포괄적 무역 금지 조치를 내리자 쿠바산 설탕은 최대 소비 시장을 잃었다. 쿠바는 그 대신에 소련을 대체 수출 시장으로 삼아 활로를 찾았다. 설탕산업부는 이런 와중에 설립돼 설탕 수출 정책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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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산업부의 운명은 1980년대 후반 소련 해체로 급전직하했다. 소련에 기댄 채 생산성 향상을 게을리한 쿠바의 설탕 산업은 냉전 체제 붕괴 후 개방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해 밀려났다. 결국 쿠바 정부는 2011년 설탕산업부를 폐지했다. 설탕산업부가 하던 역할을 신설된 공기업인 설탕산업농업그룹이 맡았지만 설탕 산업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쿠바는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 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쿠바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의 제재 완화에도 불구하고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강화,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22년 조 바이든 정부의 제재 완화 조치에 힘입어 경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도 이번 수교를 계기로 중장기적 안목에서 쿠바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농업뿐 아니라 관광·광물·정보통신·에너지·의료 등 분야에서 수출 및 투자 기회가 커질 것이다. K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로 문화 교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병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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