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와 한미약품그룹의 OCI그룹 간 통합을 둔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다. 임 형제 측은 통합 배경에 대해 “사익을 목적으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한미그룹 측은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반박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임 형제 측은 이날 “이번 신주 발행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특정한 사람들의 사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과 주주권리를 침해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신주 발행은 재무 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필요한 경우 제삼자에게 배정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한미그룹은 그런 목적 없이 두 형제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이 경영권 장악이라는 사적 목적을 위해 진행됐다는 취지다.
또한 오너가 가족 구성원이 지분을 비슷한 만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져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재무 구조가 건전한 만큼 긴급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고 OCI그룹의 사업 영역도 제약과 다른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 변호인은 “국내 제약업계 현실은 영세하고 어렵다”며 “신약 한 개가 성공하려면 14년의 연구와 1조 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만큼 자본 확충 및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자금을 지원받아 향후 안정적으로 회사를 유지하기에 OCI그룹은 적합한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또한 OCI그룹의 전 세계 영업망을 제품 판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상속 협의 시 송 회장이 법정 상속 지분보다 두 배 많은 주식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고 채권자들은 대신 다른 재산을 받았으므로 송 회장의 경영권은 서로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되려 무리하게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면 자금 사정상 임종윤, 임종훈 사장 측의 인수가 어렵고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 한미그룹과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은 각 사 현물 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통합하는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홀딩스는 7703억 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 형제는 통합에 반발하며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뒤이어 각각 한미약품 대표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오너가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됐다.
한편 임 한미약품 사장은 첫 심리 이후 입장문을 통해 “창업주의 뜻, 한미약품그룹의 영광을 일군 임직원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가 보호돼야 함을 알리고 호소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측도 입장문을 통해 “임 사장 측이 유동성 문제 해결과 R&D 명가 재건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 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주발행을 통핸 OCI그룹과 전략적 제휴는 한미약품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며 기업가치 제고는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