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근무했더라도 사실상 회사 소속 근로자로 종속되어 업무를 지시받아 처리해왔다면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청구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파쇄 문서 등을 운송하는 지입차주로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그 유지와 관리를 위한 비용도 일부 부담했다 하더라도,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B에 근로를 제공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인 B씨는 2012년 6월부터 피고 측 업체와 문서파쇄 및 운송업무를 수행하는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는 2017년 7월 사업장에서 문서파쇄 업무 중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 측에 오양급여를 신청했다.
피고 측이 원고를 회사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자, 원고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측 사이에 근로 및 도급계약 등 어떠한 형태의 계약도 명시적으로 체결되지 않았다"면서 "전어 문서파쇄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나, 사실상 회사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1, 2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원고에게 소속 직영기사와 동일하게 업무지시를 하고, 감독했으며 원고가 수행한 문서파쇄 업무는 피고 측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가 5년 이상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문서파쇄 장비는 회사 소유였으며 회사의 상호와 광고가 도색되어 있는 차량은 해당 회사의 문서파쇄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였다기 보다는 전속되어 노무 제공의 대가만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