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올해로 종료되는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재조달) 작업에 착수했다. 또 롯데와의 브랜드 사용 연장도 사실상 매듭지었다. 매각 작업에 있어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셈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증권사 및 은행들과 접촉하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작업을 시작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할 때 28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고 만기는 올해 10월이다. 당시 4~5%였던 금리가 7~8%로 높아진 만큼 이자 지급분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3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손보 시가총액이 5000억 원일 때 3000억 원 가까운 인수금융을 성사시켰던 만큼 현재 시총이 1조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출자자(LP)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 10월 끝나는 롯데 브랜드 사용 역시 롯데그룹과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 연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JKL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배경은 인수금융과 롯데 브랜드 사용 기한이 모두 올해 10월이라 10월 전에 매각을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수 5년 차 엑시트 적기를 맞아 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미리 풀어 시간에 쫓겨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수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급해질 필요가 없는 요인이다.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를 통해 CSM은 2022년 1조 6774억 원에서 1년 만에 2조 3966억 원으로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롯데손보 딜에 대해 ‘가격(인수 후보자)’ 대 ‘시한(매각 측)’의 눈치 싸움으로 해석한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2조~3조 원이라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며 2조 원 아래로 매각가가 떨어진다면 언제든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 중 투자설명서(IM)가 배포되면 본격적으로 검토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롯데손보를 품으면 다시 리딩금융그룹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KDB생명 인수에 적극 나섰다가 자금 투입 부담에 철회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확실한 매물이어서 장기전으로 가면 베팅에 나서는 금융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밑에서는 이미 라운드가 시작됐다.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가와 개별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손보가 최근 수년간 밸류업이 돼 있어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매물을 되사는 ‘세컨더리 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KL파트너스는 현재 77.0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호텔롯데(5.02%), 우리사주(1.93%)와 기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