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쉘, 韓 해상풍력서 손뗀다…문무바람 지분전량 매각

파트너사 헥시콘에 지분 80% 넘겨

사업재편 속 까다로운 인허가 한몫

정권따라 오락가락 정책도 변수로

해상풍력 조감도. 사진 제공=셸해상풍력 조감도. 사진 제공=셸




영국 에너지 기업 셸이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무바람’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에 전 세계 해상풍력 사업의 옥석 가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까다로운 국내 인허가 절차에 해외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 철수가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해상풍력 업계에 따르면 셸은 울산 앞바다에 위치한 1.25GW 규모의 문무바람 프로젝트 지분 80%를 합작 투자 파트너사인 헥시콘(기존 지분 20% 소유)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스웨덴계 업체인 헥시콘은 셸에 지분 인수의 대가로 우선 500만 달러(약 66억 5000만 원)를 지불하고 3년에 걸쳐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문무바람은 울산시로부터 약 65㎞ 떨어진 수심 120~150m 해역에 가로 100m, 세로 100m인 축구장 크기의 부유식 설비 84개를 띄우는 초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면적은 약 240㎢이며 발전량은 총 1250㎿로 대형 원전 1기와 맞먹는 규모다. 이는 연간 약 100만 가구가 사용 가능한 규모이며 연간 약 19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양이다. 총투자 규모는 6조~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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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은 2020년 8월부터 울산 앞바다에 부유식 기상관측부이(F-LiDAR) 총 3기를 설치해 풍황을 측정했다. 또 여러 척의 선단을 투입해 해양 물리탐사 및 지질조사를 진행한 끝에 2021년 9월 헥시콘과 합작사인 문무바람을 설립했다. 당시 셸과 헥시콘은 각각 40억 원과 10억 원을 분담해 총 50억 원짜리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웠다.

하지만 셸은 내·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새 먹거리인 해상풍력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석유화학 투자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착수했다.

까다로운 국내 인허가 절차도 한몫했다. 울산의 해상풍력 단지에는 셸을 포함해 에퀴노르, 토탈, KFW, CI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5곳이 뛰어들었으나 인허가 작업이 지지부진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거센 어민들의 반대도 난제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에너지 정책 역시 변수다. 해상풍력단지가 준공되더라도 향후 30여 년의 운영 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대통령 선거만 여섯 번이나 치러진다. 해상풍력 산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올해 해상풍력 지원 예산까지 32%가량 급감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건설 경험이 없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개발 허가를 내줄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며 “제2, 제3의 셸과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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