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업장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을 줄여 육아 어려움을 해결하려 한다고 볼 수 있는 정부 통계가 나왔다. 이는 사업장 영세성, 대체 인력 구인난 탓에 육아휴직이 어려운 대다수 중소기업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대목이다. 다만 육아휴직 혜택이 근로시간 단축을 따라가지 못하고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육아휴직 사용 자체를 늘려야 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상황이다.
25일 고용노동부가 작년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현황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육아휴직자는 12만6008명으로 전년 대비 3.9%(5076명) 감소했다. 규모적으로 줄었지만,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실제론 활용률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11월 출생아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8.1%(1만8718명)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녀 연령 12개월 이내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혜택을 부여하는 ‘3+3 부모육아휴직제’가 올해 ‘6+6 부모육아휴직제’로 확대 개편된 영향도 있다. 올해 이 제도 활용을 위해 작년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육아휴직제 수급자는 작년 1월 3915명에서 올해 1월 5428명으로 38.6%나 증가해 이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가 작년 2만3188명으로 전년 대비 19.1%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육아휴직과 별개로 사용 가능해진 이 제도의 주 이용 사업장은 중소기업이다. 전체 사용자 중 중소기업(우선지원 대상기업 기준) 사용 비중은 64.4%로 전체 사용자 중 육아휴직 사용 비중(55.6%) 보다 높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활용률이 크게 늘어난 배경은 중소기업 사업장의 현실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용이 쉽지 않다. 실제로 이날 사단법인 직장갑질 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부부의 육아휴직 의무화’가 20.1%로 1위로 꼽혔다.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묻자 46.4%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쓸 경우 소득 감소, 대체 인력 구인난, 동료 업무 가중, 복귀 후 불이익 우려 등이 우려된다는 현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고용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활용 증가에 반색하면서도 육아휴직 사용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고민이 깊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혜택은 육아휴직 혜택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달 초 우리나라 육아휴직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상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다섯번째로 높다. 월 20만원이었던 급여 수준도 통상임금의 80%까지 인상됐다. 여기에 올해 6+6 부모육아휴직제와 같은 특별 혜택제도 시행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중소기업, 남성 누구나 일·육아 지원제도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제도를 선도적으로 쓰는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 확대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