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전성기 맞은 아세안 어떻게 공략할까

■이희상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미중분쟁 이후 中대체지로 급부상

국가별로 맞춤형 진출 전략 필요

종교·GDP 등 파악해 상품 만들고

'모사품 방지' 상표권 등록도 필수





올해는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이 되는 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대체지로 부각돼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대만·일본·중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하에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도 아세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약 20년 동안 아세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으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 동남아를 안방처럼 여기던 일본도 위상에 위협을 받자 아세안과 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각종 지원책을 담은 ‘일본·아세안 포괄적 연결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은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냉전 종식 이후 지속적으로 아세안을 노크했다. 최근에는 ‘중국·아세안 운명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전면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반중 정서가 만만찮지만 무역·산업·인프라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호응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속적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밀착시키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봉제업을 위시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베트남·인도네시아를 대표적 생산기지로 활용해왔다. 또 2022년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하고 올해는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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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 시장으로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디토 소비(특정 인물·콘텐츠·커머스를 추종하는 소비)는 한국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식 화장법이 유행하면서 화장품 수출이 2023년 28.7% 늘고 영화·드라마의 영향으로 라면류 수출이 같은 해 12.5% 증가했다.

아세안이 전략적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더 커지고 있지만 무작정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좋은 사업 기회를 잡으려면 아세안이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시장 같지만 사실은 각국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각국별로 진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아세안 10개국은 경제 수준이 제각각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 달러의 싱가포르와 2000 달러 이하의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가 같이 있다. 종교도 다르다. 태국·미얀마·라오스는 상좌부 불교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 태국·필리핀 일부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점들을 감안해 상품을 개발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국가들도 무형의 걸림돌이 많아 수출이 쉽지 않다. 모사품이 생각보다 빨리 등장하기 때문에 상표권 등록을 꼭 먼저 해야 한다. 필수 인증 획득도 공식적으로는 2개월 정도 걸리지만 실제로는 더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인증 과정에서도 뜻하지 않은 행정적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낮은 인건비의 풍부한 노동력만을 기대하고 진출한다면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제외하고 아세안 국가들은 2023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으며 인건비 상승 속도도 빠르기에 지금 진출한다면 몇 년 후에는 인건비가 부담될 수도 있다.

아세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가처분소득이 높아지고 있어 어느 기업에나 개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다. 시장 진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면서 각국 바이어 및 정부와 상생 협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아세안에서 성공 신화를 쓰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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