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한때 나이트클럽 문지기 '인생역전 드라마' 썼다

◆신인 제이크 냅, PGA 멕시코오픈서 생애 첫 우승

2위와 2타차 정상●19억원 잭팟

낮엔 코스 연습, 밤엔 경비 근무

5번째 출전 대회서 '빛나는 결실'

유럽투어선 세계 2930위 딘 준우승

배달기사로 일하며 출전비 벌기도

제이크 냅(오른쪽)이 26일 멕시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에서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제이크 냅(오른쪽)이 26일 멕시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에서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이크 냅(왼쪽)이 26일 멕시코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여자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제이크 냅(왼쪽)이 26일 멕시코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여자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이트클럽과 마트에서 일을 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서른 살’ 동갑내기 제이크 냅(미국)과 조 딘(잉글랜드)이 각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 투어에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냅은 26일(한국 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냅은 사미 발리마키(핀란드·17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45만 8000달러(약 19억 4000만 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코스타 메사에서 나고 자란 냅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꽤 유명한 골프 유망주였다. 열두 살 때인 2006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를 형과 함께 구경하러 갔다가 당시 타이거 우즈의 캐디인 스티븐 윌리엄스로부터 우즈가 쓰던 볼을 받는 행운을 누린 그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고이 모신 ‘우즈의 볼’을 보며 꿈을 키웠다. 고교 3학년 때 집 근처의 코스타 메사 컨트리클럽에서 58타를 쳐 동네를 떠들썩하게 한 그는 같은 해 뉴포트비치에서 열린 US 오픈 지역 예선에서는 61타를 쳐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6년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PGA 3부 투어에 해당하는 캐나다 투어에서만 세 차례 우승했을 뿐 2부인 콘페리 투어에서는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마저도 2021년에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시드를 잃었다. 당시 그는 낮에는 코스 연습을 하고 밤에는 나이트클럽에 출근해 문지기로 일하면서 경비를 마련했다. 때로는 아버지와 함께 결혼식장 경비 일을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지난해 콘페리 투어에서 포인트 랭킹 13위로 30위 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PGA 투어 카드를 손에 넣은 냅은 올 시즌 PGA 투어 데뷔와 함께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르더니 다섯 번째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첫 우승으로 거액의 상금을 챙긴 냅은 2년간 PGA 투어 출전권과 함께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20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시그니처 대회에 나갈 자격을 획득했다. 지난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친다는 약속을 지킨 것도 그에게는 뿌듯한 일이었다. 외할아버지 이름의 이니셜인 ‘GSFB’를 왼쪽 팔뚝에 새긴 그는 “살아계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내 직업적인 삶과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 외할아버지가 계셨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교포 선수 김찬(미국)은 공동 8위(12언더파)에 올라 루키 시즌 첫 톱10 입상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토니 피나우(미국)는 공동 13위(11언더파)에 그쳤다.

조 딘. DP월드 투어 홈페이지 캡처조 딘. DP월드 투어 홈페이지 캡처


같은 날 케나 나이로비의 무타이가 골프클럽(파71)에서 막 내린 DP월드 투어 케냐 오픈(총상금 175만 유로)에서는 세계 랭킹 2930위 딘이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딘은 지난해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DP월드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유럽과 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투어를 떠날 자금이 부족해 영국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에서 배달 기사로 일했던 사연이 알려졌다.

다리우스 판 드리엘(네덜란드·14언더파)에 2타가 부족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생애 최고 상금인 19만 9749유로(약 2억 9000만 원)를 챙겼다. 지난주까지도 배달 일을 했다는 딘은 “인생 역전이라는 표현이 실감 난다.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라고 기뻐했다.


서재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