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26일 의사와 정부에 강대강 대치국면을 끝내고 대화를 통해 진료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즉각 명분없는 진료거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작년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장에 국민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백지화하기 위해 날짜를 정해 사직서를 내고 일제히 환자를 버려두고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아닌 명백한 집단 집료거부"라며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국민과 맞서지 말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에도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는 의사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대화 자리를 만들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국민의 의료수요에 대비해 국민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라면서도 "의대 증원 추진 방식과 교육의 질 향상 방안, 정책 패키지 세부 내용과 재정 지원 방안 등을 보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도 의사들의 업무복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외 직군에게 불법의료행위를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에게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의 대형종합병원 이용 자제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도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근무이탈로 인한 병원 현장 상황을 고발했다.
의료노련은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의 적법한 업무개시명령이 발효됐고, 전공의들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떠난 건 엄연히 근무지 무단이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의 불법행위로 병원은 온갖 난항을 겪고 있다"며 "병원 내 감염관리를 위해 시행하는 카바페넴분해효소 유전자(CRE) 검사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고, PA 간호사에게 (업무 범위 밖 의료행위인) 수동식 산소공급(앰부배깅)을 지시해 거절한 사례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의료노련은 "의대 정원은 고강도 노동에 투입되고 있는 전공의를 위한 길"이라며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으로 환자와 병원 노동자를 방기하지 말고 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