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학사 2221명, 석사 1798명, 박사 756명 등 총 4764명이 학위를 받으며 학생 신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축사를 맡은 '법조계 봉사왕' 오윤덕(82·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61학번) 사랑샘재단 이사장은 졸업생들에게 ‘승자의 기쁨을 공유하는 선한 휴머니스트’가 될 것을 당부했다. 오 이사장은 1965년 졸업해 여러 차례 사시에 낙방한 뒤 1971년 사법시험(13회)에 합격했다. 이후 사법연수원(3기)을 수료하고 대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1994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2003년부터 오 이사장은 신림동 '고시촌'에 제도권 밖 청년들을 위한 쉼터 '사랑샘'을 만들어 사회 공헌과 법률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왔다. 오 이사장은 "타인에 대한 연민 때문에 벌인 (봉사) 행위가 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봉사의 은총"이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돕고 살라는 공익적 활동과 '공동선'의 추구를 졸업생들에게 주문했다.
오 이사장은 "젊은 날 제 초상을 닮은 청년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며 고시생, '변시 오탈자(변호사시험 최대 응시횟수인 5회를 모두 소진한 이)' 등 제도권 밖 고학력 청년들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현 사회복지 시스템 아래에서 고학력 청년들은 부조의 대상으로조차 잡히지 않는다면서 "우리 사회는 성공에는 박수를 칠망정 실패를 보듬는 문화가 지극히 미약하다"고 우려하고 '패자부활'에 관대한 사회 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이날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달라"며 "인향만리(人香萬里·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의 품격을 끊임없이 키워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김종섭 총동창회장은 "겸손을 잊고 독단과 오만에 빠지는 사람이 서울대인이라면 남들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며 "서울대 졸업장은 성공한 삶으로 가는 만능 티켓이 아니라, 이제부터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