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과거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었으나 현재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되고 침체된 지역으로 전락한 서울 서남권을 직(職)‧주(住)‧락(樂)이 어우러진 미래 첨단도시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업 중심 공간은 미래 첨단‧융복합산업 집적지로 전환하고, 노후 주거지는 여가와 문화, 녹색감성이 결합된 직‧주‧락 주거환경을 조성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새로운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서남권 대개조구상’을 발표했다. 시는 서남권을 시작으로 앞서 밝힌 매력도시 서울 대개조를 본격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1960~1970년대 국가성장을 주도했던 서남권의 명성과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도시 대개조 1탄을 시작으로 권역별 대개조 시리즈가 진행될 계획”이라며 “도시공간과 시민의 라이프스타일, 산업경제와 교통인프라까지 도시 전체를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대개조를 통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영등포, 구로, 금천, 강서, 양천, 관악, 동작 등 7개 자치구로 구성된 서남권은 소비‧제조산업 중심지였다. 하지만 수도권 공장 이전 정책 등 1970~1980년대의 수도권 규제와 지식‧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화로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낙후됐고, 현재는 건축물 노후화와 기반시설 부족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시는 서남권 지역이 가용 부지가 많고 인접한 신도시 조성으로 광역급행철도 등 교통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형성된 첨단산업 생태계와 서울 청년 33%가 거주하는 등 잠재력이 충분히 큰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서남권 대개조’를 통해 새로운 도시혁신 패러다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는 규제와 제도 개선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준공업지역을 미래 첨단‧융복합산업공간으로 혁신한다. 서울 준공업지역의 82%를 차지하고 총량 관리와 규제 위주의 경직적 운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던 서남권 내 준공업지역을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다양화된 도시공간 수요에 적합한 ‘융복합공간’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공장과 주거지를 엄격히 분리‧개발하는 기존 준공업지역 규제를 개선해 산업·주거·문화 등 다양한 기능 융복합을 허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시는 도시계획조례 등 제도개선을 연내 완료해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첨단산업 기업 유치와 육성을 위해 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용도와 밀도 등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건축과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한 ‘산업혁신구역’으로 적극 지정한다. 영등포 등 도심중심 구역은 필요시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시는 ‘공업지역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산업혁신구역 계획수립 및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 시범사업지 선정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로기계공구상가, 구로중앙유통단지 등 과거 수도권 산업유통거점 역할을 하던 대형시설은 도심 물류와 미래형 업무기능이 융합된 핵심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맞춤형 사전기획과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민간 중심의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들 시설은 그동안 우수한 입지에도 산업‧유통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단일용도로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었던 만큼, 시는 연내 유통시설 복합화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 후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온수산업단지’와 ‘금천 공군부대’ 등 수도권 도시와 인접한 대규모의 저이용 부지는 맞춤형 개발을 추진한다. 온수산업단지는 고도제한 폐지, 민간협업을 통한 유연한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내년 첨단제조업 중심공간으로의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여러 차례 개발이 무산됐던 금천 공군부대는 용적률과 용도규제에서 자유로운 ‘공간혁신구역’으로 지정해 첨단산업과 스타트업 지원공간, 녹지‧문화시설, 도심형 주택 집적지로 개발한다. 시는 국토부에 이 지역을 선도사업 후보지로 제출했고, 최근 국토계획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된 낙성벤처밸리 인근에 ‘관악S밸리 벤처창업 거점’을 조성하며, 이 일대를 테헤란로와 G밸리를 잇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인공지능(AI) 거점 연구단지와 창업지원시설 등을 들어서도록 한다. 시는 개발구상안 마련 후 내년 사업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포공항 혁신지구에는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등 대규모 가용공간을 더해 신성장산업 중심의 혁신지구를 탄생시킨다. 시는 연내 혁신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 착공할 계획이다. 김포공항의 명칭은 ‘서울김포공항’으로 변경하고 국제업무 노선을 확대해 국제선 기능을 강화한다. 현재 2000㎞ 이내로 제한된 김포공항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을 3000㎞까지 확대해 동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에 규정 개정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 김포공항 혁신지구에는 도심항공교통(UAM) 복합환승센터도 조성한다.
주거혁신도 추진한다. 과거 준공업지역 내 공장이전 부지에 무분별한 공동주택 건설을 막기 위해 250%로 제한했던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완화한다. 시는 연내 도시계획 조례 등 제도개선을 완료한 뒤 시행할 예정이다. 현행제도로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공동주택 밀집 지역은 단순 주거위주 개별정비가 아니라 용적률 완화와 안전진단 면제 등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포함한 패키지형 정비계획을 수립해 인프라가 풍부한 신주거단지로 재조성한다.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 활성화를 위해 항공고도제한 완화도 계속해서 추진한다. 오 시장은 지난해 공항 주변 높이제한을 총괄하는 유엔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의장을 만나 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시도 올 1월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시는 어디서나 편리하게 녹지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원과 수변 거점을 연결하는 보행·녹지 네트워크도 확대한다. 대규모 정비사업시에는 민간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개방형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한다. 둔치공간이 부족해 수변을 활용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뉴욕 리틀아일랜드의 수상 피어파크와 같은 수상공원을 조성해 수변친화공간을 늘린다. 여의도공원과 국립현충원, 관악산공원 등 거점공원은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공간으로 재구조화하고 지역 내 공공시설은 다양한 용도로 복합적으로 활용해 부족한 문화공간을 대체한다. 이미 여의도공원은 도심문화공원으로의 재조성 단계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