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의 두코바니 원전 건설 관련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간 2파전 경쟁으로 압축된 상황에서 발주 불확실성이 갑작스럽게 불거진 것이다. 수주전에서 이미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딴지 걸기 소송’까지 제기해 수주전이 더욱 꼬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 내에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자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즈비녜크 스탄유라 체코 재무장관은 이달 14일(현지 시간) 열린 전략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원자력발전 역할 증가를 포함한 전략 분야에서 국가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10년간 신규 원전 건설과 같은 전략적 투자를 국가 예산으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체코 정부는 연말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전문가 그룹을 구성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자금, 유럽투자은행(EIB) 대출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일부 EU 회원국들의 반대 등을 고려할 때 EU 자금 활용이 쉽지 않다는 게 원전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다면 이후 본계약 협상에서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소송에 나선 것도 유치 수주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기술을 활용한 한국형 원전(APR1400)의 수출을 불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미국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이를 각하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와 관련해 최근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1심 판결의 파기환송을 요청하는 등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해 “미국 법원의 소송절차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