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때가 아닙니다. 해부학 실습 같은 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학생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 게 문제라면 정부에서 지원 약속을 받아내면 될 것 아닙니까. ”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사진) 인천시의료원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두고 지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원장은 현직 의사로는 드물게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인물이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2000명 증원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외과 전문의로 2018년부터 인천시의료원을 운영해온 조 원장은 “의사 수가 얼마가 부족하느냐, 의대에서 수용 가능한 학생 수가 몇 명이냐 하는데 정답이 있겠느냐”면서도 “지난 27년간 필수 및 지역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를 늘리지 못해 지방 의료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2000명은) 많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십분 양보해 현재 인프라에서 급증한 입학 정원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는 식으로 투쟁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조 원장은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순간 명분 없는 싸움으로 전락해 버렸다”며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이대로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자는 것인지 전공의들에게 묻고 싶다. 의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조 원장은 공공병원 현장에 발을 들인 지 30년 가까이 돼간다. 그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한 대다수 지방 의료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일반 환자를 제쳐 놓고 2~3년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느라 신생 병원이나 다름 없는 처지가 됐는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해도 구조조정은커녕 민간 병원처럼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에 있는 공공병원들은 구인난까지 겹치며 기존 인력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천의료원도 매달 20억~25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평균 연봉의 70% 수준밖에 주지 못하는 데도 자리를 지켜주는 동료 의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인데 연봉 3억~4억 원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조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린들 미용·성형 시장으로 빠지면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답 없는 논쟁을 중단하고 늘어난 인원이 지역·공공의료로 유입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공공의대다. 그는 “증원된 인원을 일반 대학에 분산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육군사관학교처럼 모집 단계부터 공공·필수의료 부문에 종사할 의사를 키우는 데 특화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