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일본 증시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종들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반도체 주식이 지금까지 일본 증시를 이끌어왔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 수요가 엔터 업종으로 향하면서 시장 온기를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대형 우량주) 시장의 게임, 영화 등 콘텐츠 상위 47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52조 엔으로 집계된다. 작년 말 대비 약 4% 늘어났다. 헬로키티를 만든 산리오, 대형 게임사 코나미그룹 등이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엔터사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신문은 “일본 엔터주들이 강세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틈새 알짜 종목을 찾는 과정에서 엔터 업종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타카유키 이시바시는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인 상승 랠리에서 새로운 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중장기 투자자들이 엔터주주를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엔터사의 IP 등 무형자산이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47개 업체의 주가자산비율(PBR) 가중평균치가 2.9배인데 이는 도쿄증시 33개 업종 평균 PBR(1.4배)보다 높다. PBR 배수는 기업의 순자산과 시가총액을 비교한 것을 말하는데 산리오는 9.1배에 이르고 닌텐도도 약 4배나 된다. 미국의 월트디즈니가 약 2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엔터사의 PBR은 무형자산에 대한 높은 평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영화, 게임 등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IP 자산에 매력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특히 크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게임업체 코에이 테크모의 지분을 늘린 것이 단적인 사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일본 엔터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외국인들이 일본 기업의 지적 재산이 글로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차세대 히트작을 찾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