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컴퓨터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이 18~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1년반~2년마다 증가하는 속도가 2의 제곱으로 늘다 보니 10년이면 100배가 된다. 무어의 법칙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조짐이다.
우주개발도 무어의 법칙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인류의 우주개발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한 V2 로켓이 기반이 됐다. 전쟁이 끝나자 독일의 로켓 기술자들은 미국과 소련으로 흩어져 우주로켓과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우주개발의 시동은 소련이 먼저 걸었다.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소련은 이어 1961년 보스토크 1호에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태워 최초로 인간을 지구 밖 우주로 내보냈다. 소련에 질세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세운 아폴로 계획으로 아폴로 11호가 1969년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을 밟았다.
여기까지였다. 인류의 우주개발은 아폴로 계획 이후 크게 진척되지는 않았다. 여러 나라가 자존심 차원에서 우주개발에 나섰지만 큰 혁신은 없었고, 오히려 돈 먹는 하마가 됐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엑스(X)’라는 우주업체를 만들면서 추세가 바뀌었다. 머스크는 엄청난 세금을 먹는 우주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접근해 산업화하자는 입장이었다. 그의 접근이 옳았다. 머스크는 새로운 멀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팰콘 계열의 로켓을 재사용했다. 이 바람에 전 세계의 다른 로켓은 경제적인 경쟁력이 없어졌다.
팰콘 로켓은 기존의 로켓보다 발사 비용이 월등히 싸다. 그러다 보니 우주에 다양하고 많은 인공위성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또 달과 화성은 물론 목성과 토성, 소행성으로까지 가서 자원 개발과 정착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도 생겼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주로켓의 혁신과 함께 첨단 정보통신·AI가 결합하면서 우주 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이 열리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과 항법체계, 우주 제조와 자원 개발 등 상상을 초월한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추세를 인식해 지난해 4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특별법은 여야의 정쟁에 휘말려 우여곡절 끝에 1월 9일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우주항공청은 오는 5월말 경남 사천에 설치된다.
그러나 우항청 개청을 위한 준비작업은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개발에 관한 사고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그동안 특정 연구기관에서 해오던 우주개발 방식은 우항청 설치 취지인 민간우주산업 확충과 거리가 있다. 그래서 새로 설치될 우항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워놓은 우주 관련 계획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 정부 내에 우주와 항공과 관련된 업무와 예산을 모아야 하는데 우항청으로 모두 이관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우주항공은 후발국인 대한민국이 당장 수익을 낸다기보다 2030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점을 인식해 멀리 보고 크게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