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반간첩법 이어 국가기밀보호법 개정… 외국기업 "범법 연루 불안"

27일 전인대서 개정 법안 통과

기밀 범위에 '업무상 비밀'포함

모호한 정의, 범위도 확대 가능

외국기업 '脫중국' 가속 가능성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앞으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앞으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국가기밀 범위를 좀 더 광범위한 ‘업무상 비밀’까지 포함하고 규정 준수도 더 엄격히 하도록 국가기밀보호법을 개정했다. 2021년 데이터보안법, 지난해 반(反)간첩법을 각각 개정한 데 이어 중국이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맥락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중국 내 사업환경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범법 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폐막한 제8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국가기밀보호법은 이날 국가주석령으로 공포됐으며,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1988년 제정된 국가기밀보호법이 개정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개정 법안의 최종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국이 국가기밀로 간주하는 문제들에 대해 더 광범위한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개정된 법에서 국가기밀의 정의를 “공개 시 확실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에는 국가기밀을 보유한 이들이 비밀 교육을 받고 기밀 자료를 반납하도록 하는 등 국가 직원들의 근무지 이탈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중국중앙(CC)TV는 보도했다.



토마스 켈로그 조지타운센터 전무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법 개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펴 온 일련의 법적 조치 중 하나”로 분석했다. 이는 시 주석 체제에서 핵심적 통치 방식으로, 그는 “최근 몇 년간 통과된 보안 관련 법안이 20개가 넘는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 청사 내 전광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 청사 내 전광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이처럼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기에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데 있다. 게다가 국가기밀의 정의가 모호해지면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으며 ‘공개할 수 없는 사안’도 중국 당국에 의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은 물론 이들과 접촉하는 중국 안팎 기업 관계자들도 처벌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제레미 다움 예일대 폴 차이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CNBC에 “외국 기업은 명확성 부족을 중국에서 사업하는데 ‘정량화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이유로 꼽는다”고 전했다. 중국 법령의 비공식 영어 번역 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움 선임연구원은 개정된 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업무상 비밀을 국가기밀에 포함시킨 것을 꼽았다. 그는 “개별 부서마다 지나치게 ‘업무상 비밀’을 특정할 위험이 있다”며 “대중의 알 권리를 제한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잠재적 책임에 노출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뜩이나 경기도 둔화하는 와중에 기밀 유출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위험까지 생기면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갈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SCMP는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국가기밀보호국은 28일 법 개정에 대해 “국가기밀 보호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함에 따라 관련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된 법은 국가기밀 보호 업무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통일된 지도력 유지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기밀 분류 및 해제에 대한 규정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