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낙태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이 상·하원의 문턱을 모두 넘었다. 이달 양원 최종 투표를 통해 개헌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낙태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CNN은 프랑스 상원이 28일(현지 시간) 여성의 낙태권을 명문화한 헌법 개정안 초안을 찬성 267표, 반대 50표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원 역시 해당 법안을 찬성 293표, 반대 30표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3월 4일로 예정된 양원 합동회의 투표에서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법안에 찬성하면 개헌 절차가 마무리된다.
개정안은 헌법 제34조 법률 규정 사항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프랑스 정부는 ‘낙태할 권리’와 ‘낙태할 자유’ 사이에서 ‘자유의 보장’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맞춰 헌법 개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 “헌법을 통해 여성의 낙태 자유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며 상원 통과 소식에 기쁨을 표했다. 개정안이 보수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통과하면서 개헌은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프랑스의 이번 개헌 작업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다수 국가에서 낙태권이 퇴보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폴란드,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도 낙태권을 제한하는 조처가 이어졌다. 프랑스는 1975년 낙태죄를 폐지한 후 일반 법률로 낙태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낙태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헌법적 권리로서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에릭 듀퐁-모레티 프랑스 법무부 장관은 “권리의 보호는 위협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항상 너무 늦다”며 “낙태의 자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조치와 차별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