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성장이 멈춘 이른바 ‘좀비기업’을 주식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퇴출하겠다고 한 발언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다시 한번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기아는 5.7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아는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기아뿐 아니라 현대차(005380)(1.01%), 삼성물산(028260)(0.64%), KB금융(105560)(1.93%), 신한지주(055550)(1.52%), 삼성화재(000810)(2.41%), 우리금융지주(316140)(2.62%), 기업은행(024110)(2.71%) 등 다른 저PBR주도 하락장에서 대부분 오름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도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이 1.26% 오른 것을 비롯해 전기가스업(1.38%), 증권(1.15%), 금융업(0.18%) 등이 상승 흐름을 보였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투자가가 기아·신한지주·현대차·우리금융지주 등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시 전반에서 매도 우위를 보인 기관도 현대차·삼성생명(032830)·삼성증권(016360) 등은 사들였다.
이날 저PBR주들이 뛰어오른 것은 전날 이 원장이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도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퇴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별다른 성장을 못하거나 재무 지표가 나쁜 기업 중 10년 이상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그런 기업을 과연 계속 상장기업으로 두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 발언으로 그간 구체적이지 않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실망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가 저PBR 종목들의 주주 환원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제성이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실망했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전날 이 원장이 불량 상장사 퇴출, 법안 개정을 통한 주주 환원 및 주주 행동주의를 강조하자 저PBR 업종이 낙폭을 회복했다”고 진단했다.